유산(105)
유산(105)
  • 이수경
  • 승인 2009.01.29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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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돌려 줄 겁니다.”

“진심이야?”

“아니면 왜 실토를 하겠습니까?”

“눈먼돈이야. 돌려 줄 것 없어.”

“형님 오토바이나 하나 살까요?”

“명색이 형사인데 그래서는 안되지.”

“그럼 어떻게 합니까?”

“내가 쓸 곳을 알려 줄까?”

“좋지요.”

“동생이라면 내가 대리고 갈곳이 있다.”

대두가 술값을 계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형사가 어림없는 소리라고 막무가내기로 밀쳐 버리고 외상장부에 달아 놓았다. 돈을 받으려고 손을 내밀었던 주인이 머쓱한 얼굴로 돌아섰다.

“오늘은 내가 대접을 하려했는데.”

“가진 돈이 있으면 빵이나 사게.”

“빵?”

“그래.”

김형사는 대두의 팔을 끌고 길가 제과점으로 들어가더니 바구니를 들고 빵이며 과자를 주어 담기 시작했다. 벌써 한 바구니다. 아마 야근하는 동료들에게 줄 모양이다.

“이걸 들고 따라 오게.”

“어디로 가십니까?

“가보면 후회하지 않을 거야.”

김형사가 자전거를 놓고 지나가는 택시를 새웠다. 이제 그의 말을 거절할 수도 없게 되고 말았다. 살풋 졸음이 올만큼 제법 먼 거리를 택시가 달려가고 있었다.

차가 멈춘 곳은 외딴 바닷가에 있는 골목이었다. 이 밤에 해망동까지 웬 일일까?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골목길을 따라 걸을 수밖에 없었다. 엉뚱하게 작은 교회 앞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야밤에 이 곳까지 전도하러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춤거리고 있는 대두를 끌고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어려서 절 근처에 살았던 대두에게 교회는 언제나 낯선 곳이다.

“이 밤에 웬일로?”

철제 대문을 밀치자 딸랑거리는 방울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여인 하나가 뛰어 나오다가 김형사를 보고 반색을 했다. 우르르 아이들이 뛰어나오면서 환호성을 질러댔다. 모두가 구면인 모양이었다. 경례를 붙이는 녀석이 있는 가 하면 만세를 부르는 아이도 있다. 나름대로의 인사법인 모양이다. 김형사가 그중 한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면서 껄껄거리고 웃었다. 장애아들이 살고 있는 사랑의 집이었다.

“할렐루야. 천사 한 분을 모셔 왔습니다.”

김형사가 대두를 보고 웃으면서 과자 바구니를 아이들 앞에 내놓았다. 다시 한번 환호가 터졌다.

“고맙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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