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교육과 독서교육의 사이에서
논술교육과 독서교육의 사이에서
  • 박규선
  • 승인 2009.01.0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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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에 의하면 강남학원가에 논술학원이 대부분 문을 닫거나 이것저것 가르치는 보습학원으로 간판을 내걸었다고 한다. 새정부 내세우는 영어교육에 밀린 것이다. 이른바 ‘영어 프랜들리’로 인해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논술시험이 사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하기야 인수위원회 시절 영어몰입교육까지 추진하려고 했었으니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논술학원이 흥하든 망하든 나는 관심이 없다. 더구나 논술학원 자리에 영어학원들이 들어서고, 검증이 의심스러운 원어민들이 학원의 책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그리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큰 문제는 없기 때문이다. 원래 논술을 학원에서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논술은 인간이 생각하고, 표현하는 지극히 기본적인 것이다. 그런 만큼 교육의 본질과 맥이 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술만의 다른 기능이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던 세태가 한심스러운 따름이다. 논술을 아는 사람이라면 호들갑을 떨거나 학원을 부추겨 될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다.

독서는 모든 공부의 어머니다. 논술 역시 독서에서 비롯됨은 물론이다. 그러니까 논술을 위해서는 먼저 책을 읽고, 그 다음에 토론하고, 그리고 그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써보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 전 출간된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라는 책을 보면 왜 책을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진정한 학습은 논리로 체계화되고, 또 언어(말과 글)이나 수식으로 표현된다. 그러니까 읽고 말하고, 써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술을 일시적 유행이나 교육의 트랜드 정도로 여기는 얄팍한 세태가 개탄스럽다. 단언하건데 논술은 도구가 아니 본질이다. 그러니 영어에 밀렸다고 하면 안된다. 그렇다고 학원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교육은 우리 교육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기에 공교육의 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 그렇다면 영어교육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그것도 모든 학생이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참으로 해답이 나오지 않는 대목이다. 그러니 무작정 원어민들을 불러들여 영어권 나라들의 실업자를 구제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외화를 낭비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한다. 학력의 척도인 수학과 과학 능력에서 우리 중학생들의 수준은 최상위권이었다. 그러나 흥미도를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최하위를 면치 못하는 학습 흥미도는 우리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공부는 갈수록 가속도가 붙어야 한다. 그 지속적인 학습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한마디로 말해 학자들이 평생을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독서에 있다. 깊고 깊은 독서의 연원이 지속적인 학습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깊은 샘이 멀리 물을 흘려보내듯이 말이다. 그런 과정에서 논술이 자란다. 그런데 영어교육에 의해 관심 밖으로 밀린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눈앞의 당장 불만 보고 끄려고 혈안이 돼 있는 세태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교육문제의 근원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영어공부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세계화를 주창하는 시대이다. 영어는 이 시대를 살아갈 중요한 도구임에는 분명하다. 도구는 절실한 사람에게만 필요하다. 영어를 해야하는 직업이나 상황이면 눈에 불을 켜고 한다. 그것이 본질이 아닌 도구이기에 그렇다.

이제 이것을 팽개치고 저것을 잡는 식의 교육은 지양해야 한다. 무엇이 멀리보고 우리가 지향해나가야 할 것이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논술을 버리고 영어교육을 택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로 써보는 훈련을 하는 것에서부터 우리 교육은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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