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도, 마음에 불을 밝히는 2009년
심우도, 마음에 불을 밝히는 2009년
  • 박규선
  • 승인 2008.12.3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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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전북 도민 여러분 그리고 교육 가족 여러분!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던 무자년을 보내고, 희망찬 기축년의 새해가 밝아 왔습니다. ‘기축년’을 호사가들은 ‘기가 축 늘어진’ 해라고 하지만, 그렇게 절망적으로 시작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시간을 쪼개고 나눠서 한해 한해를 구분한 것은 심기일전하자, 다시 시작하자는 희망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疾忌醫)’가 채택되었다고 합니다. ‘병을 가지고 있으되 의원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아마 이 말은 한 개인에서부터 국가적인 모든 조직에 이르기까지 모두 해당되는 말인 듯합니다. 어려울수록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곧은 소리를 경청해야 하고 그 무엇보다 민의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기축년 올해는 소의 해입니다. 농경민족은 우리에게 소는 가족과 같은 존재입니다. <삼국사기>에 ‘고타군수가 푸른 소(靑牛)를 바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푸른 소는 노자(老子)가 타고 다니는 동물인데, 선계의 교통수단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신선들이 타고 다니는 것은 위엄 있는 말이 아니고 순박한 소였다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소를 타고 다니는 그림은 한가하고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절집에 가면 십우도(十牛圖) 또는 심우도(尋牛圖)라는 그림을 보게 됩니다. 한 소년이 도를 닦기까지의 과정을 비유한 열 단계의 그림인데, 여기에 소가 등장하지요. 그러니까 소의 마음을 가슴에 안는 것이 곳 일월을 보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지조 있는 선승이자 지도자였던 만해 한용운 선생께서 속세에 내려와 거처하셨던 집이 심우장(尋牛莊)이었음은 새삼 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소의 순리처럼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교육계에서는 현 정부 여당이 목적세인 교육세를 폐지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원인 내국세 교부율을 증액한다는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상정하였으나, 거센 반대에 밀려 일단 한발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러나 언제고 관철시키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이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 안 되겠습니다. 목적세인 교육세를 내국세로 전환한다는 것은 교육 자치를 일반 자치로 만들겠다는 의도입니다. 다시 말해 이는 자치단체에서 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할 때, 교육에 투자해야 할 것을 다른 용도로 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할 수 있도록 합법화 하자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조삼모사 격으로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하여 수단을 합법화 하려 들지만 이는 국민을 우롱하고 교육 자치의 대세를 거스르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결과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교육의 본질인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모두 힘을 모아 나가야 합니다. 그것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막에서 목말라 죽는 사람이 많을까, 물에 빠져 죽는 사람이 많을까?’ 하고 누군가 물었습니다. 질문 자체가 모순이기 때문에 쉽게 눈치 챘을 걸로 생각이 되지만 녹록치 않은 질문입니다. 정답은 ‘물에 빠져 죽는 사람이 많다.’입니다. 왜냐하면 사막은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물 부족에 대해서는 항상 준비가 되어 있는 반면, 어쩌다 비로 홍수가 지면 피할 방법을 몰라 익사자가 많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항상 준비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대처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닥치면 헤어나기 어렵습니다. 모든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한 계단 한 계단 단계가 중요합니다. 기가 축 늘어진 해가 아닌, ‘기로 축복 받은’ 해로 기축년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심기일전해야 합니다.

마음에 불을 밝히고 심우도를 쫓는 자세로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소는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는 동물로 풍요와 힘을 상징하는 농사의 신(神)으로 여겨지듯 올해는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도민 여러분과 교육가족 여러분들의 만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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