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은 경색일 뿐이고, 새해에는
경색은 경색일 뿐이고, 새해에는
  • 김창희
  • 승인 2008.12.30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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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가장 유행한 말은 ‘뿐이고’이고, 노래는 ‘미쳤어’라 한다. 유행어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기 때문에 확산되는 것이다. 계속 상황이 악화되어 가는 것을 풍자하고 있다. 가령 “난 외환위기를 다시 맞았을 뿐이고, 구조조정이 다시 시작되고, 나도 여기에 예외가 아니고,” 이렇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뿐’이라는 원래 뜻은 동사나 형용사 뒤에 붙어 ‘그것만’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2008년은 2008년일 뿐이고, 2009년은 희망의 햇살이 비치고’라고 말하고 싶다.

2008년의 남북관계를 돌아보면 정말로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3월의 북한인권사항개선 조치문제와 개성공단 경협공무원 철수, 북방한계선 경고가 있었다. 4월에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기 시작하였고, 우리 정부는 무 대응이 상책이라 하였다. 7월에는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되었다. 그 후 국제외교무대에서 남북한이 서로 의장국 성명에 들어갈 문구를 놓고 웃지 못할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북한의 9.9절 행사에 김정일 위원장이 불참하자 건강이상설이 불거지면서, 우리의 일부 언론에서는 북한 붕괴설을 운운하기도 하였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의 단체에서는 ‘김정일의 신병 문제’ 등의 내용을 담은 ‘삐라’를 계속 북쪽으로 날려 보내자, 남측인원의 북한 체류가 등을 경고 하였다. 12월 1일을 시점으로 체류인원이 대폭 축소되고 통행이 제한되었다. 이러다가 개성공단마저 폐쇄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개성공단은 남북화해와 협력의 상징이다. 2004년 12월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을 생산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고, 오늘날 새로운 도시를 창조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가동된 이후 이 지역의 근로자들과 주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졌다. 안정된 급여는 물론 직간접적인 복리후생의 해택까지 입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은 남쪽의 중소기업들의 희망의 터전이었다.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값싼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 있다. 국내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따라 해외진출을 모색 중인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제공한 것이다.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테러지원국해제 조치 등 밀고 당기면서 어렵게 진행되어 가던 6자회담은 검증의정서 합의사항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북핵문제의 해법의 핵심은 북미관계에 있었고, 앞으로도 이 같은 구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제 그 한 축인 미국에서 정권이 교체되어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기간 동안 ‘김정일과도 직접 만나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우리는 꼼꼼히 점검하며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색되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은 이것을 빌미로 그동안 너무 열어 놓았다고 생각했던 문을 닫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분명 우리 정부를 그들 내부 문제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면이 있다. 우리 정부도 ‘비핵 개방 3,000’에 너무 매몰되어 있지 안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 대응을 빙자한 무대책이 이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난도 피해 갈 수는 없다.

이제 기 싸움은 그만 끝내자. 2008년 남북관계의 경색은 경색일 뿐이고, 이를 넘어서는 희망의 2009년이 되어야 한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도 재개하고, 개성공단도 더욱 활성화시켜 진정한 화해와 평화지역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경색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누가 먼저 양보해야 하는가’하는 도식적 인식에서 벗어나 상호 노력해야 한다.

남북한 최고지도자는 우리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통 큰 결단을 내렸으면 한다. 우리가 주장하는 실용과 북한이 주장하는 실리에는 분명 공통점이 있으니, 이를 살려나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듯이 남북관계에도 따뜻한 봄이 오리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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