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면 고통이 반이 됩니다
나누면 고통이 반이 됩니다
  • 임환
  • 승인 2008.12.29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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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새해가 밝았지만 서민들의 표정엔 설렘보다 걱정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가 좋지 않아 먹고 사는 일이 더욱 팍팍할까 염려하는 마음을 떨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올해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있습니다. 국내 경제도 춥고 배고픈 한 해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경제 주체들에겐 ‘나눔의 경제학’이 필요합니다. 일본에서는 불황극복을 위해 노.사.정이 일자리 나누기, 이른바 워크 셰어링에 나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조금 덜 받더라도 함께 생존해 나가자는 눈물겨운 자구노력일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다면 일자리를 나누자는 것입니다. 슬픔과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행정기관은 불황에 허덕이는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을 함께 나누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금융기관들이 서바이벌 게임에 돌입하면서 돈줄을 죄자 도내 어음교환액이 급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전북도가 경기동행지수를 추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8대 경제 지표 중에서 유독 어음교환액이 작년 10월 중에 1% 이상 늘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관급공사를 서둘러 발주하고 선급금도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적극 지급해야 할 것입니다.

공직사회는 서민의 눈물을 나눠야 할 것입니다. 철밥통이라는 말이 있듯, 공직자들은 최소한 퇴출이나 부도라는 무시무시한 단어에서 자유롭지 않습니까. 실직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만 해도 행복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매일 부도와의 전쟁에서 사투를 벌이는 영세 기업들과 서민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닦아줄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경제난국기의 공직자 본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업들도 모두 어렵지만 주변을 돌아보며 함께 생존할 비법을 찾아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본청과 하청, 발주와 수주로 연결된 국내 기업 특성상 아래가 무너지면 위도 온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거래처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한다면 향후 위기탈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실이 어려울지라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약간의 관심을 더 쏟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일반인들도 소비주체로서 곰곰이 생각해 볼 대목이 많습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지갑을 꽉 닫아둔다면 그 부메랑이 생산기업들에게 돌아가고 종국에는 일자리 감소의 악순환을 연출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죽하면 전북도와 일선 시.군이 건전한 소비를 늘려야 한다며 소비촉진 운동에 나섰겠습니까. 건전한 소비는 경제 불황기에 일반인들이 기업을 위해 할 수 있는 나눔의 미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눔의 전제가 꼭 소유일 필요는 없습니다. 뭔가 가지고 있어야 나누는 것 아니냐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빈자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는 그의 전기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부드러운 손길과 따뜻한 미소를 찾고 있다며 나눔의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반드시 소유해야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유가 없고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난과 외로움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 그것을 나누는 넉넉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전쟁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부상을 당한 병사가 물을 찾자 장교는 자신의 수통을 건네주었습니다. 이 병사는 바로 옆에 있는 다른 병사의 눈을 보고 물을 꿀꺽꿀꺽 마신 뒤 수통을 다시 넘겼습니다. 그렇게 몇 차례 수통은 다른 병사에 건네졌고 다시 장교의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장교의 수통에 든 물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도 병사들은 남을 생각하며 물을 마시는 척만 하는 ‘나눔의 정신’을 발휘했던 것입니다. 이런 병사들이 있는데 전쟁은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당연히 전쟁은 승리도 돌아갔습니다. 불황과 싸우는 경제 전쟁에서 전북이 이기기 위해선 타인을 생각하며 수통을 돌리는 병사들의 고귀한 나눔의 의식이 필요합니다.

행정과 기업, 소비자들이 서로 어려움을 나누면 제 아무리 무서운 한파라 해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올 한해는 전례없이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역지사지하여 가진 것을 나누고 아픔을 나누는 데 동참하면 국난을 극복하는 2009년 기축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부둥켜 안고 난국을 헤쳐나간다고 생각하면 고통은 당장에 절반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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