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한 해를 보내며
다사다난 했던 한 해를 보내며
  • 윤진식
  • 승인 2008.12.29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해의 끝자락이다. 올해 한해도 정말로 다사다난 했던 한해였던 것 같다. 한해가 시작되는 초입에서 우리는 작은 소망하나 쯤은 꿈을 꾸고 이의 실현을 위해서 노력하며 한해를 보낸다. 언젠가 새해 덕담으로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사실 우리는 50-60년대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물질적 풍요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물건이 넘쳐나고 음식물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가도 우리의 물질에 대한 집착은 그칠 줄을 모른다.

여기 재미있는 발표가 하나 있다. 2006년도에 영국의 신경제재단이라는 곳에서 세계 178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지수를 계산하여 발표했는데 1등이 오세아니아 군도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이고, 우리나라는 102위, 영국은 108위, 캐나다는 111위, 프랑스는 129위, 미국은 150위를 기록했고, 1998년도에 영국의 한 대학에서 발표한 행복지수에서는 방글라데시,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가 1,2,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2006년도 국가별 GDP(국내총생산)는 미국 1위, 일본 2위, 중국 3위, 영국 5위, 한국 13위순으로 나타났음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이지 않은가.

왜 물질적 풍요로움이 많은 나라에서 자살율과 범죄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고 행복지수는 이처럼 낮게 나타날까. 분명한 것은 물질의 과다가 행복감을 충족시켜주는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하게 입증이 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물질적 부와, 더 많은 명예를 얻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하고 ‘바쁘다’를 연발하면서 숨 쉴 틈 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더 많이’를 외치며 죽도록 노력을 해도 그것이 우리를 만족시켜 줄 수는 없으며, 오히려 비례하여 더 많은 고독감과 공허감을 우리에게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것을 …….

영원히 죽을 때 까지 그치지 않고 타오르는 물질적 욕구들을 적절히 통제하지 않으면 우리는 한 순간도 행복감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잘 비우고 버리느냐가 우리의 행복지수를 결정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붉은 태양을 볼 수 있어 행복하고, 내 옆에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 있어 행복하고, 내 주변에 있는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노력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보면 어떨까. 더 많이, 더 좋은 음식을 먹고 체중감량을 위하여 휘트니스클럽에서 돈을 지불하고 땀을 흘리는 것도 좋지만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양을 줄여서 더 배고프고 덜 가진 사람들을 위하여 작은 사랑을 나누면서 우리가 공동체라는 것을 느끼는 횟수가 많았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내년에는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어려운 국내외의 여건들을 한탄하면서 덜 가졌음을 괴로워한다면 우리의 삶도 더욱 비참해질 것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마음을 비우는 여유를 가지고 우리주변에 있는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할 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존재이유와 행복감이 우리를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일전에 읽었던 법정스님의 책속에 이런 말이 있어서 옮겨보면서 한해를 마무리한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부자란 집이나 물건을 남보다 많이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갖지 않고 마음이 물건에 얽매이지 않아 홀가분하게 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며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하는 것에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채움만을 위해 달려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주는 충만감으로 자신을 채우는데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