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국회’로의 전락을 경계한다
‘거수기 국회’로의 전락을 경계한다
  • 장세환
  • 승인 2008.12.26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2일, 한나라당은 여야의 합의를 무시하고 2009년도 예산안을 정부 원안대로 단독 처리하였다.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는 서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 예산보다는 아직 4년이나 남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예산이 더 중요했다.

18일 오후 2시, 한나라당은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 상임위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단 3분만에 개의에서 상정까지 전광석화처럼 끝냈다. 당일 새벽부터 회의실에 들어가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외통위 소속 민주당 국회의원의 회의장 입장조차 막았다.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각종 집기들로 바리케이드까지 친 상태에서 소화기까지 쏘아 가며 동의안을 밀실에서 강행 처리하였다. 12일의 예산안 처리에 이어 다시 한 번 정부여당의 다수 폭력을 보여준 것이다. 야당 의원들의 회의장 입장을 원천 봉쇄하고 날치기 처리한 이번 사태는 의회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이며, 위법한 다수독재였다.

예산안의 날치기 처리로 자신감을 얻은 한나라당은 ‘법안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쟁점법안들마저 일방적인 처리를 하려고 하고 있다. 172석의 거대 공룡정당인 한나라당에서 ‘대화와 타협’이라는 국회의 합의정신을 무시하고 의석수를 앞세워 국회의 권위마저 실추시키고 있다.

재벌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금산분리완화법, 재벌의 소유 구조를 강화시킬 수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신문과 재벌이 방송을 소유할 수 있는 신문법, 방송법, 네티즌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 마스크만 써도 처벌받는 집시법, 휴대폰 감청을 공공연히 할 수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등 어느 하나도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법안을 한나라당은 반드시 이번 회기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중요한 법안을 졸속으로 강행처리 하려는 것은 청와대의 간섭과 지시 때문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예산 처리에서 보여지듯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지지세력인 재벌만을 위한 정책 추진과 자신들의 실정을 감추기 위해 언론과 방송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다수를 앞세운 한나라당의 지도부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코드를 맞춰 충성경쟁을 하며 국회를 ‘문민독재’의 거수기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언론?방송 장악을 통해 정권기반을 공고히 다지고 나아가 장기집권을 이루려는 의도 속에 방송법과 신문법의 개정을 통해 언론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훼손?말살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시나리오대로 국회에서 언론장악 악법이 통과된다면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공?공익?공정성은 일거에 사라지고, 언론은 오로지 정권과 대기업만을 위한 꼭두각시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현재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며, 국민들께 대단히 송구스럽다. 그러나 불손한 의도를 가지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려 하는 이명박 정권의 일방주의는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도 대통령에게 충성하며, 대통령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자신들의 대표로 선출해주신 국민들을 위한 유일한 길 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장세환(민주당 전주 완산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