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희 도민기자-이해 안 되는 한옥마을
유영희 도민기자-이해 안 되는 한옥마을
  • 하대성
  • 승인 2008.11.27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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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과 가을에 알고 지내는 외국인들이 전주에 왔다. 개인적으로 전주라는 도시에 관심을 표명했으므로 한옥마을을 데리고 갔다. 일반적인 우리 상식으로 좋아할 줄 알았던 내 기대는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무참히 깨졌다.

그들은 한옥마을의 돌길을 보더니 전통 길이 아니란다. 자기네들이 아는 한옥의 길들은 대체로 흙길이며 담장 밖으로 집안 풍경을 볼 수 있는 구조인데 이곳 한옥마을은 돌길에다가 한옥들도 막 새로 지은 냄새가 난다는 거다.

그리고 너른 마당이 있는 집들이 없으며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한옥 구조는 자기네들이 알고 있는 시대의 배경이 아니란다. 게다가 왜 자연미가 살아 있어야 할 곳에 뜬금없는 인위적인 폭포는 무엇이며 그 옆에 흐르는 물은 왜 그렇게 해놓았느냐고 묻는다. 실개천을 흉내 낸 것이라고 설명했더니 자기네들은 흉내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실제의 모습을 보고 싶어 찾아왔다는 거다.

그들은 전통공예품을 파는 곳에 데리고 갔더니 이건 인사동에도 있고 어느 곳에 가더라도 있는 물건이라면서 특별히 전주를 특징지을 수 있는 선물을 살 수 없다고 푸념했다. 부채도 있고 한지공예품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더니 그건 특별한 것이 아니란다. 그날 본 한벽극장의 공연 역시 영어로 설명이 없다는 점도 서운하단다.

이런 배경과 이런 구조의 틀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좋아할 줄 알았던 내 기대는 그렇게 별 볼 일 없다는 그들 말에 허무해졌다.

그런데 그들은 경기전 내부의 전주사고와 전동 성당 그리고 전주 시내의 간판에 더 깊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오모가리 탕으로 유명한 전주천 길에 깔려 있는 점집에 대해 더 흥미를 나타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으로 느낀 내게 점집의 유래와 왜 그들이 깃발을 꽂고 하는지 그리고 한국인들이 그곳을 즐겨 찾는다는 말에 놀라워했다. 그들은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전통적 풍습이나 행위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런 면을 보면 외국인이 보는 관점과 실제 이곳에서 사는 우리의 관점은 사뭇 다르다. 대충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무심한 반면 그들은 그런 것들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유영희 도민기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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