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넘은 아름다운 동행'
'장애 넘은 아름다운 동행'
  • 이보원
  • 승인 2008.11.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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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10명 비장애인 도움받아 모악상 정상 밟아
“두철아(가명·초등 6년)! 지게배낭에 편히 앉아서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단풍도 구경하며 산에 올라가자!”

산에 오르려는 등산객이 북적댔던 주말인 지난 8일 오전 9시 모악산 중인동 달성사 앞마당.

전주지역 장애인 10명(횔체어 장애인 2명)과 전주시통합산악연맹(회장 이재영), 전주시 지체장애인 협회(회장 김연철), 대한적십자사 전주시 예술인봉사자 회원 등 100여명이 모악산 등반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이날 산행은 전주시통합산악연맹과 전주시 지체장애인 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 2회 장애우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산행.

이날 산행은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인 두철군 등 2명은 산악연맹 소속 산악인 지게배낭을 타고, 걸을 수 있는 지체장애인은 10여명은 2∼3명의 회원들이 보조하며 달성사에서 목적지인 헬기장까지 산행을 나섰다.

지게배낭에 두철이를 업은 천종현(41·LG파원콤·제일산악회)씨를 선두로 시작한 산행은 전주와 임실지역 각 산악연맹 회원 등이 장애인들의 도우미로 나서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목적지인 헬기장까지 2.5km 가량의 산행을 마무리하는 데 7시간 걸렸다.

천종현씨는 “두철이를 태운 지게배낭을 메고 600여m 올라왔지만 힘들었다는 생각은 없다”며 “4년전부터 산행을 시작했지만 오늘 같은 기쁜 마음으로 산에 오르기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 김모(15)양 등은 “혼자서 모악산을 오른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내는데 이런 도움으로 가을 단풍을 구경하며 산에 오를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며 “모악산 산행을 계기로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겠다”고 말하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이날 산행은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장애인이나 산악인들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주 통합산악연맹 산악인과 지체장애인들의 산행은 가을 풍광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두철이 등 2명의 중증장애인을 태운 지게배낭은 산악인들이 번갈아 메고 걸어서 올라가고 지체장애인의 손이 되는 등 장애인 산행 도우미들은 모처럼 사랑의 땀을 흠뻑 쏟아낸 하루가 되었다. 장애인들도 평소에는 혼자서 엄두도 못 낼 모악산을 등반하면서 형형색색 물든 가을 단풍 등 자연을 만끽하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산행을 마친 장애인과 산악인들은 달성사 앞마당에서 대한적십자사 전주시 예술인봉사회 마련한 열린 작은음악회를 관람하며 깊어가는 가을을 마음껏 즐겼다.

이재영 회장은 “오늘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당초 예상했던 것에 비해 장애인들의 적게 참여해 아쉬웠다”며 “앞으로도 좀처럼 등산을 접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고 사회적 온정을 전해주기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섭기자 k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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