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 문화민주주의 아고라
독서토론, 문화민주주의 아고라
  • 박규선
  • 승인 2008.10.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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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의 아고라는 직접민주주의를 상징한다. 아고라는 시장을 의미하며 여론을 형성하는 의사소통의 중심지로 학문과 사상, 국방, 정치 문제에 대한 토론의 장소였다. 아고라는 공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이며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장소였다. 아고라가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그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나올 수 있는 문화의 꽃을 피운 동력이다.

민주주의는 토론에서 출발한다. 곧, 토론의 열매는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토론은 소통이다. 소통은 자신의 생각을 교정하는 역할을 하면서 새로움을 창조한다. 그러므로 토론은 문화를 창조하는 역할을 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토론이나 현대 프랑스의 토론은 문화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라디오나 TV방송에서 토론을 자주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난상토론으로 토론답지 못한 토론 또한 많다. 이는 진정한 토론 문화가 없기 때문이며, 토론을 위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닫힌 사고에서 토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얕은 지식으로도 토론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일방적인 주장만 있고 남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을 때 토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감정이 앞설 때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익명성을 조장하는 사이버 공간은 아직도 차분한 설득보다는 강한 주장이 감정과 함께 드러나고 있다. 폐쇄적인 사고로 자신의 의견만 반복하는 사람들만큼 대화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없다.

토론에는 발언의 순서와 시간 등 규칙이 있다. 토론은 승패가 있는 말하기여서 공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론을 잘하려면 첫째 잘 들어야 한다. 잘 들어야 상대방 논리의 모순점을 밝힐 수 있고 이성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 토론에서는 논리적 사고가 필요하며 합당한 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토론은 그래서 소통이며, 높은 의식 수준의 결과로 이루어진다.

토론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는 독서를 바탕으로 하는 토론의 공간이 문화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아고라가 될 수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심혈을 기울여 쓴 책에는 세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생각의 결정체인 책을 읽고 이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활용하고자 할 때 토론은 소득이 있게 되고, 향기가 넘치는 문화를 탄생시킨다.

독서토론은 논리적 사고력을 바탕으로 논거를 제시하는 훈련을 하기에 좋다. 책은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듣고 충분히 사고한 다음에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한다. 책을 읽는 행위가 바로 심도 높은 의사소통이기 때문에 정제된 사고가 드러나게 된다. 격렬한 토론에서 인신공격보다는 치열한 논리에 바탕을 둔 논쟁을 하게 된다.

독서토론은 감정에서 한발 물러서서 토론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또한 진정한 토론의 출발이 될 수 있다. 활자화된 책은 이미 출판 단계에서부터 검증이 된 것이다. 검증이 된 책을 읽는 일은 읽는 이의 생각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면서 생각이 다듬어진다. 다듬어진 생각으로 토론을 함으로써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독서토론은 문화민주주의를 이루는 출발이 될 수 있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통계에 의하면 가을에 책을 덜 읽는다고 한다. 가을은 산과 들로 여행을 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구절초나 국화 등 꽃이 단풍과 하모니를 이루는 계절이다. 축구나 테니스, 골프 등 운동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계절이다. 그러니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책을 얼마나 읽을까? 독서의 계절에 흥미있는 책으로 토론 논제를 던져보자.

국방부 금서로 더 유명해진 ‘나쁜 사마리아인’ 속에 나오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토론해 보자. 지금의 세계적인 난국을 타개할 방안을 차분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전문가의 이론을 섭렵하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을 한다면 해괴한 논리가 전개되기 어려울 것이다.

독서토론은 문화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생명수이다. 독서가 문화인을 만들고 토론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매개로 고대 아테네의 아고라가 만들어질 때 문화 민족의 전통이 창조적으로 계승될 것이다.

풍성한 가을, 독서토론으로 나의 영혼을 채우는 결실을 맺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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