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실망시키는 선출직 시상품
아이들 실망시키는 선출직 시상품
  • test1
  • 승인 2008.10.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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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느 사단법인이 주관하는 백일장에 다녀왔다. 학교로 온 공문을 보니 운문ㆍ산문부 초ㆍ중ㆍ고 학생 60명이 수상 대상자이다. 수상하면 부상 등 우리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동료교사들과 4시간의 수업을 교체하는 등 애써서 간 백일장이었다.

그런데 애들의 실망이 역력했다. 상장과 함께 주는 부상이 상패라는 것이었다. 시상내역은 다음과 같다. 1등 교육감, 2등 군수, 3등 군의회의장, 4등 교육장, 5등 선양회장상 등이다. 당연히 문제가 되는 것은 1ㆍ2ㆍ3등의 선출직 수여자들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교육감ㆍ군수ㆍ군의회의장의 상은 부상 없이 상장만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나로선 납득되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이 선거일 전 1년 동안만 기부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다시피 교육감이나 지자체선거는 2010년 4월에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교육감 등 선출직의 시상은 없어져야 한다. 수상이라는 명예보다 부상이라는 물질을 너무 밝히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지도교사로서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에게 부상 없음을 설명하기란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어서다.

비단 이번 경우만 그런건 아니지만 주최측의 안일하고 천편일률적인 백일장 추진계획도 지적받아 마땅하다. 백일장대회를 공고하기 전 충분한 사전지식과 검토없이 시행부터 하니까 달랑 상장만 주는 볼썽사나운 시상식이 되는게 아니겠는가!

다시 말해 공직선거법상 부상수여 금지 사실을 인지했다면 주최측 시상으로 진행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학생들이 받기에 교육감이나 군수, 군의회의장 상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부상없는 시상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실망과 상처를 안기는 이런 백일장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일선 지도교사로서의 확고한 생각이다.

사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너무 과도한 측면이 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웃기는 것이 도지사나 교육감 등의 학생들에 대한 부상을 기부행위로 본다는 점이다. 고작 기만 원어치 문화상품권, 그것도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에게 주는 걸 득표행위로 보다니, 그야말로 자던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런데 과도한 공직선거법만 나무라지 못할 사건이 또 터졌다. 경북ㆍ충남교육감이 뇌물수수와 인사비리 및 선거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다. 각 지역 교육계 최고 어른이라 할 교육감들 비리가 이러하니 자던 소가 웃을 공직선거법이 위력을 발휘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부상 없는 시상은 없어져야 한다. 이런 부상 수여금지는 중앙정부 부처 시상과 대조를 이뤄 형평성 문제도 낳고 있다. 궁극적으로 국민이나 도민들을 표창ㆍ시상하는 것이라면 부상수여에 따른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차별이 없어야 맞다.

경우는 다르지만, 차제에 지적할 것이 또 있다. 주로 작고 문인 추모공모전 등에서 상장만 주는 장려상 따위도 빈번한데, 학생 눈높이에 맞춘 진행이 되길 바란다. 요즘 학생들은 상장보다 문화상품권, 단 2장일망정 부상에 더욱 감격하고 대견스러워 한다.

무엇보다도 무릇 상은 푸짐한 부상(상금 또는 상품)과 함께 받아야 비로소 상답다. 상을 주는 좋은 일을 하면서 수상자들을 왜 절반만 기쁘게 하는 것인지. 그것이 과연 나만의 억측일까?


<장세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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