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의 참여가 축제의 성패를 좌우한다
지역주민의 참여가 축제의 성패를 좌우한다
  • 장병수
  • 승인 2008.10.19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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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파우스트 Faust>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문호 괴테는 "축제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 스스로 취하는 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괴테에 의하면 축제의 성공은 지역 주민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동참에 달려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 650만 명이 참가한 독일의 맥주 축제에 뮌헨시를 중심으로 지역 주민이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지역 주민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케 한다.

독일의 또 다른 이름은 '맥주'이고, 맥주는 독일인들에게 있어서 '액체로 만든 빵'이다. 독일 맥주는 약 1,300개의 양조장에서 6,000개의 상표를 달고 생산되고 있으며, 독일인들은 1년에 약 140리터의 맥주를 마신다. 그들에게 맥주는 술이라기보다는 일상적인 음료에 가깝다. 일찍이 독일은 국민들이 맥주를 식음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맥주에 해로운 성분이 첨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맥주 순수령'을 제정했으며, 지금까지 500년 이상 맥주의 순수성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독일의 거의 모든 지방에 가면 맥주 양조장을 찾아 볼 수 있으며, 지역에 따른 맥주의 종류와 맛은 천차만별이다. 독일 최대 맥주 생산도시인 도르트문트의 필스너, 밝은 황금색으로 유명한 쾰른의 쾰쉬, 단맛이 나는 여성 취향의 베를린너바이제, 세계적인 맥주 축제로 유명한 뮌헨에는 일반적인 헬레스비어와 도수가 높고 갈색의 둥클래스비어, 소맥으로 만든 바이젠비어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맥주기행이라는 것이 있는데 지방 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의 맥주를 마시는 독특한 여행이다.

수천개의 지방 맥주들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독일인들의 강한 애향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독일인들이 지방 맥주를 선호하는 것 자체가 지방 문화를 살리고, 지역 축제의 정서적 공감대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뮌헨의 맥주축제(옥토버페스트 Oktoberfest)다.

올해로 175회를 맞은 독일 뮌헨 맥주축제는 1810년 바이에른 왕국의 황태자 루트비히와 작센의 테레사 공주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경마대회에서 비롯되었다. 원래 일회적인 행사였는데 '바이에른 농민단체 연합'이 주최자가 되어 승마, 사격, 민속 의상 퍼레이드 및 민속춤 등의 경기와 소, 말 등의 가축 품평회 등 지방축제 형식을 빌어 농업인들의 한마당 잔치로 이어갔다. 그러던 것이 점차 확대되어 1896년 거대한 '맥주 텐트'가 설치되면서 매년 지금의 맥주 축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제175회 뮌헨 맥주축제는 지난 9월 20일 뮌헨시장이 올해 생산한 호프와 밀을 이용하여 특별하게 맥주축제용으로 제조한 햇맥주통의 마개를 따면서 시작해서 10월 5일까지 16일 동안 맥주와 낭만과 춤과 노래로 물결을 이루었다. 3000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3-4개의 대형 맥주 텐트를 비롯해서 크고 작은 맥주집에서 축제기간 중에 소비되는 맥주는 생맥주 500cc 기준으로 대략 1,500만잔 이상에 달한다. 2005년 기준으로 대략 600만명 이상이 16일 동안 맥주 600만 리터를 마시고, 안주로는 소 80마리, 닭 65만 마리, 돼지 3만 마리 그리고 소세지 110만 톤이 소비되는 등 맥주축제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한화 약 165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독일을 대표하는 맥주회사인 뢰벤브로이 등이 설치한 대형 텐트 안에서 인종과 남녀노소를 막론한 3000여 사람들이 흥겨운 음악 밴드에 맞춰 동시에 건배(프로스트 Prost!)를 외치는 순간이다. 대형 텐트 중앙에 설치된 음악밴드는 쉴새없이 민속음악과 대중음악을 번갈아 연주하며 지역을 초월해서 함께한 모든 사람들에게 독일맥주의 맛과 향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준다.

우리도 우리의 전통술을 들고 독일의 맥주축제와 같은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어 세계인이 모두 모여 '위하여'를 외치고 싶다. 비록 우리의 전통술에 대한 명맥이 아쉽게도 많이 사라졌지만, 다행히도 최근 들어 우리의 전통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정부의 전통주 활성화 정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기에 희망은 있다.

그 희망을 농업인들이 선도적으로 만들어 가보자. 왜냐하면 독일 맥주 축제도 처음에는 단순한 결혼식 피로연으로 끝날 수 있었던 행사였으나, 농민단체가 주도적으로 이어 받아 농업관련 행사로 계승 발전시켜 가면서 세계적인 축제로 승화시키지 않았는가!

독일 맥주축제의 참가자중 70%이상이 지역 주민들이며, 이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지역축제로 만들어 놓았다. 이는 1천개가 넘어선 우리나라 지역 축제의 성공 여부는 차별화된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에 달려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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