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단풍 붉게타는 이좋은계절
가을단풍 붉게타는 이좋은계절
  • 전희재
  • 승인 2008.10.15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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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이른 아침 아파트 앞에 누렇게 물들어가는 은행나무위반가운 까치소리에 후배님의 늦장가 간다는 희소식을 들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주례를 서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이 좋은 결실의 계절에 꽃가마 타고 새 출발을 하시는 후배님께 외람된 글로나마 축원하고자 합니다.

중국설화에 동쪽바다에 비목어(比目魚)라는 물고기가 산다고 하였습니다. 한쪽 눈을 가진 비목어들이 다른 한쪽 눈을 가진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니 비로서 양 눈을 가진 완결체의 물고기가 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결혼을 비목어물고기에 비유하며 이제 세상을 정상적으로 출발하는 완성을 의미합니다. 마태복음에 결혼을“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하나님이 짝 지워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 지니다”라고?하였으니 이제 두분은 영원히 함께 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결혼은 단지 혼인서약서상의 문서형식에 의한 결혼이어서는 안 되며 한 가정을 이루고 가정을 튼튼하게 묶어주는 촉매제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를 사랑이라고 합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인류탄생의 역사와 같이 해왔습니다. 부부간의 사랑은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맹자의 제자들이 “부부간의 사랑은 동물과 어떻게 다르냐”고 묻자 맹자께서 “부부간의 사랑은 존경이 있는 사랑이다“고 하였습니다. 명심보감에 “가정지복(家政之福)은 재어화평(在於和平)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가정의 행복은 사랑과 평화가 풍만할 때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결혼은 존경이 있는 사랑이요 멈추지 않는 대화의 결정체이며,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이 항상 촉촉하고 끝이 없어야 합니다. 두 분의 사랑은 추운 겨울 얼어붙은 대지를 꿋꿋이 뚫고 나오는 보리싻과 같이 강하고 천년 묵은 바위와 같이 무거우며 모악산 정상에 우뚝 솟은 소나무와 같이 사시사철 푸르고 변함없어야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바우키스와 필레몬”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우스신이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아들인 헤르메스와 함께 인간으로 변장을 해서 인간세계로 내려왔는데, 두 사람은 지친 모습으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야박한 마을 사람들은 문조차 열어주지 않거나 심한 욕설로 내쫓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두 사람을 마을 변두리의 초라한 집에 사는 두 노부부가 따뜻하게 집안으로 맞이하여 정성스럽게 대접하였습니다. 이 노부부는 지치고 힘든 손님들을 위해 자신들에게 하나밖에 없는 포도주를 대접하고 정성껏 식사를 마련하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주전자속의 포도주는 아무리 마셔도 줄지 않자 두 손님이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무례하게 대접한 것에 용서를 빌었습니다.? 제우스신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해주며 산으로 올라가자고 하였습니다. 필레몬과 바우키스, 그리고 두 사람이 산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자 마을은 온통 물바다로 잠겼습니다. 제우스신은 두 부부에게 무엇이든지 들어 줄테니 소원을 말하라고 했습니다. 두 부부는 잠시 동안 의논한 뒤 대답했습니다. “우리 부부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죽게 해주십시오. 두 사람중에 한사람이 먼저 죽는다면 남은 한사람이 너무 슬플 것 입니다.” 두 노부부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꿈에 제우스신은 감명을 받아 그 소원을 들어주어 보리수와 떡갈나무로 함께 동시에 태어나도록 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만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면서 교훈을 주는 애틋한 순애보입니다.

후배님은 꿈이 가득한 가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나 귀에 익숙했던 2002 월드컵때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구호가 멀지 않고 바로 우리의 손에 있다고 봅니다. 도전과 꿈은 우리 역사를 창조하고 미래를 살찌게 하는 인생의 좌표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상황에서건 설령 벼랑끝일지라도 마지막 희망의 동아줄을 놓지 않는 도전의식이 필요하다고봅니다. 동서고금의 역사에서도 그리고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삶속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진리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습니다. 두분의 꿈을, 그리고 지혜를 모은다면 그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고 성취될 것입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 “ 모든 것은 꿈에서 시작된다. 먼저 꿈을 가져라.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고 꿈과 희망을 그렸습니다.

지난 5월 보름날밤 저는 인도의 갠지스강위에서 나룻배에 몸을 의지한 채 유유히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았습니다. 고대 불교 철학의 발상지이며 삶의 뒤안길을 되돌아본다는 갠지스강, 모래알 숫자만큼이나 깊은 상념에 쌓였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은 은하수만큼이나 많은 꽃등불이 검은 밤 물결위에 띠를 이루면서 북으로 북으로? 흘러가는 장관이었습니다. 이 꽃등불들은 수많은 방문객들이 소원을 담아 띄운 끝없는 불야성이었습니다. 인도 갠지스강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2600km를 흐르는데 오직 이 구간 120km정도만 남에서 북쪽 메카 히말리야 산맥을 향하여 흐르는 성지랍니다. 여기에 꽃등불을 보내고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그 꽃등불들이 이번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후배님의 소원들을 담고 지금도 유유히 북으로 흘러가고 있는듯합니다. 후배님의 건강과 행운과 희망을 담은 꽃등불은 영원히 쉼없이 히말라야 성지를 향해 끝없이 항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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