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지역신문을 보고 싶다
주말에도 지역신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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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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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을 키우는 것이 지역사랑의 실천입니다“

도내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에 5단 통광고로 실린 광고의 메인 카피이다. 이 광고에는 “우리 지역의 신선하고 올바른 뉴스를 전해드립니다”라는 문구도 위의 메인 카피보다 작은 글씨로 실려 있다. 지역신문뿐만이 아니다. 지역방송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지역신문 살리기’ 광고이다.

“지역신문을 키우는 것이 지역사랑의 실천입니다”는 그럴 듯한 말이다. 비록 1부 구독이라는 실천은 못하더라도 그 말에 시비할 도민이 전혀 없을 정도로 백 번 옳은 말이다. 나는 지역 사랑을 배가시키기 위해 최근 두 개의 지역신문을 새로 구독 신청했다. 내가 보는 지역신문은 모두 7개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신선하고 올바른 뉴스를 전해드립니다”는 거짓이다. 올바른 뉴스는 될지언정 신선한 뉴스가 아닌 걸 매주 볼 수 있어서다. 아다시피 도내 지역신문들은 토ㆍ일요일자를 발행하지 않는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개천절(10월 3일)에는 내가 구독하는 7개 신문 중 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만 배달되었다.

배달사고가 난 것이 아니다. 국경일 내지 공휴일에 아예 신문을 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주 경우이긴 하지만, 금ㆍ토ㆍ일요일을 빼고 4일간만 발행해도 신문이라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경기도와 강원도 등 다른 지역신문들이 토요일자를 발행하는 것과 대조적인 이런 일은 인구 62만의 전주에서 10개가 넘는 지역신문이 쏟아져 나오는 기이한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기본적인 ‘제 살 뜯어먹기’의 완화책이라고나 할까.

이유야 어쨌든 토요일자 휴간은 신선한 뉴스는커녕 그나마 있는 독자들의 외면을 사기에 충분하다. 일례로 9월 26일(금) 있었던 이무영 국회의원의 항소심 공판 소식이 9월 29일(월)자에 보도되었다. 이틀이나 지나버려 케케묵은, ‘신선한’과는 정반대의 기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미 지역방송이나 중앙지들에 의해 보도된 묵은 기사를 일부러 찾아볼 독자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를테면 스스로 지역신문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자승자박의 행태인 셈이다. 특히 정치ㆍ사회면 기사의 생명인 속보성을 포기하면서 지역신문 사랑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낯 두꺼운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만인의 우상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최진실의 자살사건이 목요일에 발생했다. 우리 지역에 국한된 뉴스는 아니지만, 금요일부터 휴간한 지역신문들은 장례식까지 치른 후인 다음 주 월요일자에서 그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그러고도 신문이라 말할 것인가?

최소한 10월 3일자 신문에 보도되어야 할 아주 중요한 뉴스는 또 있다. 2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마이스터고 9개교 선정에 군산기계공고가 포함된 소식이 그것이다. 이명박대통령의 전문계고에 대한 유일한 공약사항인 마이스터고에는 총 58억 원이 지원되는 등 지금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내용을 며칠 지나서야 보도하게 되니 저절로 한심한 생각이 든다.

신문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방송의 속보성을 따라 잡을 수는 없다. 대신 신문은 방송의 단편ㆍ피상적 보도를 보다 심층적이면서도 자세하게 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입만 열면 인터넷 세상이라 말들 하지만 인쇄매체인 신문이 건재한 건 그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중앙일간지나 다른 지역에서처럼 주말에도 지역신문을 보고 싶다.


<장세진 / 문학평론가, 전주공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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