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누룩이야기-­가을이 담긴 추곡
⑦ 누룩이야기-­가을이 담긴 추곡
  • 김효정
  • 승인 2008.09.17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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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는 따가운 햇살이 비추지만, 저녁에는 제법 쌀쌀한 날씨가 지속되는 가을이다. 예로부터 이런 계절에 술 빚는 이들이 술 빚는 일을 제쳐 두고 하는 중요한 일이 있으니, 술의 성패를 좌우하는 누룩을 만드는 일이다. 서양의 양조법이 당화와 발효가 각각 진행시 되는 것에 반해 , 우리나라는 술 재료인 쌀에 누룩 곰팡이를 이용하여 당화와 발효가 동시에 일어나는 양조법을 쓰고 있다.

누룩은 한자로 곡자(?子) 또는 국자(麴子)라고도 표기하는데, 곡자(?子)는 자연 상태에서 피어난 누룩곰팡이와 효모균, 젖산균 등의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증식된 것을 말하며, 국자(麴子)는 살균한 배지에 특정 곰팡이균을 인공적으로 접종하여 우수한 미생물만 집중적으로 육성한 것으로 이는 일본의 양조장방식에서 보여진 입국이나 요즘의 개량누룩으로 보면 된다. 따라서 누룩은 재료나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 세 가지의 기능을 고루 갖추고 자연적인 햇살과 바람, 발효온도를 통한 곡자와 세 가지 기능을 세분화 시켜 우수한 균만을 집중 배양한 국자로 나뉜다. 즉, 다양한 맛으로 표현되는 곡자와 획일적인 맛으로 표현되는 국자는 누룩이라는 이 같은 용어를 쓰더라도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필자는 누룩 빚기가 가장 좋다는 가을에 접어들어 곡자 즉, 천연 발효제로서 쓰이는 누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자연환경과 기후에 따른 영향으로 누룩곰팡이를 이용한 술 빚기가 발달한 것으로 보여진다. 고온 저습한 서양에서는 당도가 높은 과일을 이용하여 술을 빚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고온다습한 여름철의 특수한 환경을 이용하여 곡물을 이용하여 곰팡이를 증식시켰다. 누룩은 일반적으로 통밀로 만들어지며,통밀 외에 보리, 쌀, 녹두 등 만드는 재료에 따른 누룩종류도 수십 종에 이른다. 보통 통밀을 쓰는 것은 어떤 누룩보다도 발효가 잘되고 향기가 좋기 때문이고 , 이로 인해 밀을 이용한 누룩 제조 방법이 사대부가나 서민층을 막론하고 가장 널리 쓰여 졌다고 본다.

기후와 계절 또는 계층에 따라서 보통 누룩은 사계절 다 빚었는데, 가을에는 ‘추곡(秋?)’이라는 누룩을 빚었다. 추곡은 어떤 누룩보다도 뛰어나다 하여 뛰어날 ‘절(節)’자를 써서 ‘절곡(節?)’이라고도 한다. 누룩은 가장 일반적으로 잘 띄워지는 여름철보다는 일교차가 심한 가을 날씨가 질적으로 우수한 누룩을 만들었다. 누룩은 빚는다고 완성 되는게 아니고, 보통 법제(法製)라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법제는 바람과 햇볕을 통해 누룩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인데, 그 예로 한산소곡주의 고 김영신 명인은 누룩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술을 빚었다. 이를 통해 소곡주는 일어 설 수 없을 정도로 맛 좋은 앉은뱅이 술이란 애칭이 붙었다고 한다. 그만큼 술 빚는 일 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일이 누룩을 만들고 관리했던 일이였다. 오히려 술 빚는 이들은 술 빚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이 누룩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게 완성된 누룩으로 빚은 술이 향과 맛으로 보답해주니, 술 빚는 이들은 누룩 빚기를 소홀히 생각할 수 없다. 요즘에는 여러 가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이 이루지면서 다양한 누룩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전통 재래 누룩만큼 자연그대로 발효 건조를 시킨 뛰어난 향기와 맛을 내지는 못한다. 햇볕과 선선한 바람이 함께하는 이 계절에 모과향 담긴 최상의 누룩인 가을누룩으로 술 빚기에 도전해 보자. 가을의 햇빛과 바람이 만들어 낸 최고의 걸작품인 추곡으로 빚어진 한잔 술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가을이다.

글 : 이지현 학예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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