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QD SOS’에 귀를 기울려야 한다
‘CQD SOS’에 귀를 기울려야 한다
  • 한기택
  • 승인 2008.08.2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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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타이타닉호가 1912년 4월 14일 밤에 빙산에 부딪혀 배에 탄 2,208명 가운데 1,500여 명의 목숨과 함께 가라앉은 엄청난 참사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영국이 절대 가라앉지 않는 ‘불침선(不沈船)’이라고 장담하고 ‘물 위에 뜬 궁전’이라고 자랑한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대서양을 순항하고 있던 오전 9시경에 캐로니아호로부터 ‘북위 42도, 서경 49~51도 바다에 떠돌이 빙산이 있음을 알리는 첫 무전이 들어왔으며, 정오에는 발틱호로부터, 오후에는 가장 가까운 곳을 항해하던 캘리포니안호로부터 조심하라는 무전이 왔다.

그러나 타이타닉호의 어느 누구도 이 무전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자만심에 들뜬 승무원들은 22노트라는 빠른 속도로 항해해 나갔다.

밤이 되자 날씨는 매서워졌으며, 밤 11시경에 캘리포니안호로부터 ??여보세요, 우리는 빙산에 둘러싸여 꼼짝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또 무전이 왔다.

그러나 다른 배와 교신하고 있던 타이타닉호의 무선사는 “끼어 들지 마시오. 당신은 지금 남의 무전 교신을 방해하고 있소.??하면서 면박을 주었다. 면박을 당한 캘리포니안호의 무선사는 부아가 치밀었으며, 그는 일이 끝나고 침대에 들었다.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타이타닉호는 빙산의 위기에 직면하였으며 ??CQD S0S. 즉시 와주시오. 우리는 빙산에 부딪쳤소. 여기는 북위 41도, 서경 50도 14분. CQD SOS!??를 보냈다.

하지만 타이타닉호는 한 시간도 안 되는 10해리 거리에 있는 캘리포니안호와는 무전 교신이 되지 않아 도움을 받지 못했으며, 멀리 있는 카르파티아호는 ??MGY, 4시간 안에 가겠소.??라는 타전을 보낸 뒤에 전속력으로 달려와 700여명을 구출했다.

타이타닉호의 자만심과 오만이 큰 화를 자초하게 된 것이다.

건국 60주년이 된 대한민국을 뒤돌아보면 경제 규모가 750배 증가하는 경제 기적을 만들어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며, 1인당 국민소득도 67달러에서 2만45달러로 299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휘청했던 한국호(韓國號)는 지금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에 직면하고 있으며 서민경제는 ‘한계상황’을 호소할 정도로 매우 어렵고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78개국 중 고작 102위에 머물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10점 만점에 5점 정도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할 국회는 이제 겨우 82일간의 긴 잠에서 깨어나 쌈박질하면서 게으름을 피고 있으니 참으로 딱하다.

더 가관인 것은 국민들은 한마음으로 8?15를 경축하는데 정치인들은 광복절 기념식을 여야가 딴 장소에서 제 각각으로 했다니 정말로 한심한 일이다.

나라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사회와 정치판은 서로가 잘났다고 우쭐대며 국민들이 보내는 ‘CQD SOS 도와주시오’의 무선신호를 들을 수 없도록 안일과 자만과 독선에 푹 빠져 있는 것 같아 아쉬우며 타이타닉호와 같은 우(愚)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통령도 소통을 주창하고 있으며 국민들도 소통을 하자고 데모를 하고 있지 않은가? 통역이 필요 없는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 그렇게 소통이 어려운가? 이것은 서로의 자만과 이기심, 그리고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독선과 아집이 문제이다. 서로의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고 서로 양보하지 않는다면 위기의 한국호는 구할 수 없다.

이 이야기는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이 시간에도 끊임없이 울리고 있는??CQD SOS. 즉시 도와주시오. 여기는 한국호”에 귀를 기울려야 하며, 항상 ‘우리 모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훈훈하고 정겨운 추석명절을 맞아 연휴기간을 ‘소통의 기간’으로 정하고 국민의 이야기, 서민의 이야기, 부모의 이야기, 노동자의 이야기, 자식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자기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들려오는 “CQD SOS. 도와주세요”라는 소리를 서로의 마음 문을 활짝 열고 경청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며, 이를 수렴하여 도와주고 개선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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