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나라, 호주의 끝없는 지방행정개혁
잘사는 나라, 호주의 끝없는 지방행정개혁
  • 전희재
  • 승인 2008.08.07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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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세계 지방자치단체연합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회(UCLG-ASPAC)가 개최된 태국의 파타야시는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여름의 비수기라는 측면도 있었지만 고유가와 경제불황으로 관광객이 대폭 줄어들어 호텔이 거의 불이 꺼져있었다. 월남전 때 미군들의 휴양지로 각광을 받았고 한국관광객들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진 인구 10만의 파타야시는 성수기에는 하루 3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드나든다고 파타야 시장은 설명하였다. 고유가 여파와 정치지도력 부재 등으로 태국이 IMF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현지인의 이야기가 실감이 났으며 지난해 한국관광객 100만 명을 유치했다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태국의 밤거리는 유난히 더욱 어둡게 보였다.

7월 24일 태국 파타야를 뒤로하고 호주 자매도시연합총회(ASCA)에 참가하기 위해 도착한 호주 시드니의 밤 항구도시는 대조적으로 휘황찬란하였다.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오페라 하우스나 하버브리지, 다링하버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름다운 항구답게 불야성을 이루었다. 그리고 모든 빌딩들은 갖가지 조명으로 밤새껏 불을 켜두어 밤 풍경을 더욱 돋보이도록 하였는데 그에 따른 전기료는 정부에서 보전해준다고 한다. 알래스카를 뺀 나머지의 미국면적과 넓이가 같다는 끝없는 대륙, 대평원의 호주는 남한의 37배에 달한다. 인구도 2100만 명에 불과하여 끝없는 대륙이 거의 사람이 없는 듯한 축복받은 대자연이다. 약 40000년 전부터 원주민들이 거주하던 땅이었던 호주 대륙은 영국인들이 발견하여 1770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에 의해 영국령으로 선포되었다. 1776년 미국독립혁명이 발발하여 그때까지 미국으로 보내고 있던 죄수를 처리하지 못하게 된 영국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새로운 죄수유배식민지로 이용하게 되었다. 1788년 1월 11척의 영국 선단이 1030명 (그중 유형수는 726명)을 태우고 보터니만에 도착하였고, 개발의 근거지로서 시드니가 건설되었다. 초기에는 영국 범죄자들을 보내던 유배지였으나 곧 태양과 금을 찾아온 이민자들의 신대륙으로 바뀌게 되었다. 1939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호주는 과거 백호주의를 써서 지금도 유색인종은 적은 편이나 이제는 다민족, 다문화 정책을 쓰고 있으며, 한국교민도 11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엄청난 자원이 있는 호주는 석탄과 철강이 거의 세계 1위이고 석유매장량도 세계 5위안에 든다고 한다. 호주는 늘어난 부와 국가 위상으로 국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대양주 주변국가들을 비롯하여 국제무대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80년대 세계 OECD선진국들이 행정개혁을 추진할 때 호주는 가장 앞서 추진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 호주는 국제경쟁력약화와 고실업,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최초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여 경제회복을 위해 중앙행정조직을 줄이고 공기업부문을 민간부문으로 대거 이양하며 행정에 사기업의 경영행정기법을 도입하였다. 중앙정부조직의 행정개혁은 그 뒤 많은 나라의 행정개혁의 모델이 되었었다. 지방정부도 대대적인 행정개혁이 진행되고 있는데 주로 지방정부통폐합과 성과관리시스템의 도입이며 특히 지방행정조직을 슬림화하기 위해 지방정부 통폐합이 과감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지방정부에 관한 연방차원의 헌법적 근거가 있지 않기 때문에 지방정부에 관한 법적, 제도적 차원의 근거는 각 주(州)의 법령하에 놓이게 되어 지방정부 통폐합작업은 지방정부에 관한 법적 설치권한이 있는 주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

1842년 7월에 시드니시가 설치된 후 1910년에는 전 호주를 통틀어 1067개에 달하는 방대한 숫자의 지방정부가 탄생하였다. 그러나 호주의 빅토리아주, 뉴사우스웨일주, 퀸즈랜드주, 타즈마니아주등 5개 주를 합쳐 1067개의 지방정부가 2004년에는 603개로 줄어들었으며, 특히 호주에서 유례없는 전면적 통폐합은 1991년부터 빅토리아주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는데 210개 지방정부가 2004년에는 80개로 줄어들었다. 현재는 퀸즐랜드 주에서 과감한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다. 2007년도에 퀸즈랜드주 전체에 걸쳐 지방정부의 수를 157개에서 73개로 통폐합하고 지방의원 수를 1250명에서 526명으로 축소하였다. 호주지방정부의 통폐합은 주 정부에서 특별법을 제정하여 기초자치단체의 의사와는 달리 추진하여 기초자치단체 시의원 등은 불만을 표하는 사례가 있는 등 부작용도 있으나 교통, 통신, 인터넷 등의 발달로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발휘하여 주민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지방정부통폐합정신에 공감하는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논의가 다시 점화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논의는 지난 1992년부터 해당 의회나 민간단체 등을 중심으로 수차 제기됐으나 그때마다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여 수면하로 사라져왔다. 자치단체 통합문제는 쉽지 않으나 호주나 일본에서 성공하고 있는 성공적인 통합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희재 / 한국지방자치단체 국제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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