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도입 논란과 의료공공성 강화
의료민영화 도입 논란과 의료공공성 강화
  • 김형준
  • 승인 2008.07.14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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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치도내에 영리를 목적으로 한 병원 도입을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민영화의 전초단계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민간의료보험이나 의료 민영화 도입의 논란이 계속이 이루어져 왔고 강한 반대여론에 밀려 복지부는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건강보험민영화 및 당연지정제 폐지는 없다고 공식발표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민영화’가 아닌 ‘선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정부의 강한‘의지’를 담은 발표가 있으면서 밀실추진 의혹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거두지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의 영리병원 도입 발표가 있으면서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서 몇 가지 개념의 정리가 필요한데 논쟁중인 용어에서부터 정확한 일치가 없어 더욱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먼저 의료민영화란 공공의료 주도와 각종 규제를 통해 의료의 이윤추구를 제한하는 의료정책에서 민간주도의 의료를 통한 이윤추구를 허용하고 상대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전환을 의미한다.

건강보험민영화란 말 그대로 공공기관인 국민건강관리공단 및 건강보험 관리 업무를 민간 기업에게 이양하여 경영하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즉, 공적 의료보험이 민간의료 보험화 되는 것을 뜻한다. 건강보험민영화나 영리병원도입은 의료민영화 정책의 한 부분으로 고려하고 있는 대상인 것이다. 여기에서 정부는 의료민영화(혹은 선진화)는 계속 추진하되 건강보험민영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에도 사실상 대부분의 종합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은 민간주도로 이루어지고 있고 공공성보다는 무한경쟁의 의료시장에 노출되어 하루하루 힘든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다. 병원의 영리추구는 겉으로는 각종 규제로 허용하고 있지 않으나 공적 보조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윤을 남겨야 살아남는 의료기관은 각종 편법을 동원하여 버팃고 있는 실정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료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정당한 경쟁을 허용하여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의료의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의료라는 공공성 강한 사업을 민영화하는 경우 돈벌이를 위해 필연적으로 인간생명을 경시되는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많은 반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의료는 사실 원래부터 비효율적인 산업이다. 예를 들어서 만성적인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볼 때 대부분의 의사는 뇌종양같은 심각한 질병의 확률이 낮음을 알면서도 같은 증상의 백명의 환자 중 한명의 뇌종양 환자를 찾기 위해 비싼 뇌 MRI 촬영을 백명의 환게에게 시도한다. 이 경우 99명의 정상 환자는 불필요한 검사를 한 것일까? 이 순간에 부족한 의료자원을 배분해야 입장(건강보험)에서는 과잉진료를 의심하여 통제하려고 할 것이고 환자는 정상인데 청구된 비싼 검사비를 원망할 것이고 의사는 정확한 진단으로 위해 사실 비싼 검사를 계속 선호할 것이다.
 
이렇듯 의료는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소비적 산업인 것이다. 민간의료화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의 자본을 끌어와 부족한 의료자원을 늘려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그러나 결국 투자된 민간자본은 그 이상의 이윤으로 회수하려할 것이고 그 결과 서비스의 질과 경쟁력은 그 만큼을 돈을 지불할 수 있는 환자나 분야로 집중될 수밖에 없어 의료의 불균등, 의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대론자들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의료비용의 사회적 부담과 공공의료기관의 필연적인 관료화와 방만성, 현실에서 90%를 차지하는 민간의료기관의 경영난, 이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 등 산적한 의료산업의 심각한 문제에 대한 개혁요구도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이야 말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의료는 분명히 공공성이 필요하다. 시장의 기능에만 맡길 경우 극심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은 미국의 불평등의 의료제도의 예처럼 극명한 사실이다.

또한 경쟁력의 확보와 신기술도입 같은 서비스를 높이기 위한 노력과 자원의 투자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민간의료화를 위한 정책에 앞서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거나 적어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공공의료기관의 확대와 경영의 효율화추진, 의료분야에 대한 공적 투자방안 마련, 건강의료보험의 강화방안 등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이 수립된 이후 보완적인 의료민영화의 정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형준<신세계병원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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