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 재출현의 위험성
이데올로기(?) 재출현의 위험성
  • 김승연
  • 승인 2008.07.08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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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시국 지금 시국은 1997년에 맞이한 IMF 때와는 사뭇 다른 위기입니다. 그 때는 외환위기의 원인이 어떻고, 책임 소재가 누구이든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덩이를 모으자고 호소하기가 바쁘게 남녀노소 · 빈부귀천을 불문하고 금덩이를 바치려는 국민들이 끝없이 연일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리더십 부재, 국회 마비, 노동계 파업 등 세 가지 악재가 겹친 트리플 시대라 하지만, 그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군사독재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이후 몇 십 년 만에 국제 엠네스티 조사단이 파견되어 촛불 집회를 통한 인권탄압을 조사하겠다고 입국한 상태이며, YMCA 국제회장과 아시아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식 항의 서한을 보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합니다.

촛불에 대한 여론의 다양성 지금 대한민국에는 촛불이 꺼지지 않고 2개월 이상 타면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촛불에 대한 여론이 통일되지 않고 교차하고 있습니다. 한 쪽은 그 촛불이 장마 기간에 장대비라도 쏟아져서 꺼주기를 원하고 있고, 다른 한 쪽은 꺼져가는 촛불에 기름을 뿌려서라도 더욱 훨훨 타오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국민들의 한 부류는 당장 생계가 문제이니 촛불을 꺼달라고 애원하고 있으며, 다른 한 쪽에서는 국민이 총 궐기하여 촛불을 더 밝히자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촛불 공방 정부는 경기의 침체, 즉 5고시대(五高時代) -고원유가, 고환율, 고곡물가, 고원자재가, 고물가의 책임을 촛불집회에다 돌리고 있고, 촛불측은 정부가 미국 쇠고기 협상을 잘못함으로 촛불이 켜졌으니 경기 침제의 원인이 정부에 있다면서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데올로기(?)의 위험성(!) 그런데 그보다 더 심각하고 위험한 것은 세계 역사나 국내 역사를 살펴볼 때, 자칫 잘못하면 촛불이 단순한 반미 내지는 반정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형성되는 방향으로 선회하려는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난 20세기 말에 한 세기만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인류역사의 대변혁을 2~3년 만에 경험했습니다. 바로 공산사회주의의 종식이었습니다. 1989년 구소련의 서기장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에 의해 70년 동안 동서의 이념갈등이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그래서 구소련을 위시한 동구라파가 하루아침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습니다. 그 때 필자는 독일에 살면서 공산사회주의의 붕괴와 동서독의 통일 현장과 동구권을 수없이 드나들면서 생생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 때 필자는 다음과 같이 외쳤습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동·서 간에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이념)의 갈등이 하루아침에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세계 정치 질서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로 잘 유지되면 몰라도 만약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엔 공사사회주의보다 더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재출현하여 극한 대립이 이뤄질 것입니다. … ”

다시 말하면, 시칠리아 섬의 마피아 기원이나 독일의 30년 농민전쟁, 그리고 공산사회주의의 출현이 바로 계층 간의 양극화 대립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촛불이 국민의 여론을 대변하고 재협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광장으로 끝나면 좋은데 성급한 판단인지 몰라도 지금의 현상으로 볼 때 자칫 잘못하면 촛불 집회 참여자와 불참자 간에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는 조짐이 보이고 있어 걱정입니다.

종교 간, 국민 계층 간의 갈등 그런데 더 가슴 아픈 것은 촛불로 시작한 집회가 종교계의 참여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갈등이란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종교 편향이라는 이슈를 함께 들고 거리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아직 남북통일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판국에 이번 촛불 집회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 간의 갈등, 교육계 간의 갈등, 노사 간의 갈등, 우익우 열익열(학교의 우열반) 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1970년대 군사독재정권하에서 민주인사와 어용이라는 양극화 현상처럼 촛불 집회의 참여 여부에 따라 국민 간, 종교 간의 갈등이 양성화 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론 대한민국은 세계 평화를 위해 설립된 자랑스러운 UN본부에 반기문 사무총장을 배출했습니다. 그런 시점에서 국내는 맺힌 실타래를 풀어가야 할 때인데, 오히려 엉킨 실타래가 중간 중간을 끊어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남북 간의 통일은 고사하고 계층 간과 첨예한 양극화 대립이 다시 시작될까 봐 걱정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경제를 살리는 일보다 더 비극이기 때문입니다. 바라기는 남북통일을 이루기도 전에 제발 또 다시 불행한 이데올로기가 재출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김승연<전주서문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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