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 "김선아 앞에선 마음 놓고 끼 발산"
이동건 "김선아 앞에선 마음 놓고 끼 발산"
  • 박공숙
  • 승인 2008.07.03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믹 멜로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MBC TV 월화드라마 ‘밤이면 밤마다’(극본 윤은경, 연출 손형석)의 연기자들은 저마다 순발력을 많이 발휘하고 있다. 대본의 지문으로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과 세밀한동작으로 웃음 코드를 만든다.

특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코믹 연기로 큰 인기를 모은 김선아와 상대하는 배우라면 이런 점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최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의 야외 촬영장에서 만난 이동건은 이런 상황을 “대사 반, 현장 느낌 반을 섞어서 연기한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바람둥이 고미술학자 김범상으로 출연한다. 겉으로는 겸손함과 애국심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이중적 성격이다. 이런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문화재사범 단속반원 허초희(김선아 분)와 늘 티격태격한다.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보니 순간적 표정, 애드리브 등이 필요하지요. 김선아 씨는 제가 ‘돌발 연기’를 펼쳐도 유연하게 받아 줍니다. 덕분에 그 앞에서 마음 놓고 까불 수 있지요. 김선아 씨의 극중 역할이 여성스럽지 않고 강단이 있어 서로 싸울 때는 굉장히 강도가 높습니다. 편하고 재미있어요.”

실제로 그는 이 드라마에서 능글맞은 성격을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다. 점잖은 척 하다가 돌아선 후 음흉한 미소를 순간적으로 날리거나 김선아와 주고 받는 미묘한 동작 등에서 의외의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는 한동안 진지하고 무거운 캐릭터로 팬 앞에 서 왔다.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드라마 ‘스마일 어게인’, ‘유리화’, ‘파리의 연인’ 등에서 웃음이 많지 않은 역을 맡았다.

“오랫동안 코미디를 피해왔지요. 데뷔 초에 시트콤 ‘세 친구’에 출연한 후 연기자가 아닌 ‘웃긴 놈’이 돼 버렸더라구요. 그래서 진지하게 정극 드라마에 출연했고, 그 덕분에 ‘파리의 연인’ 출연도 가능했지요. 이제 카메라 앞에서 어느 정도 편하게연기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는 생각에 코미디를 택했습니다.”

이런 연기로 그는 요즘 ‘어깨에 들어갔던 힘을 많이 뺐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이처럼 대본에 없는 미묘한 유머 코드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사실 저는 낯을 많이 가리고 말주변도 없어요. 모르는 사람이 있는 자리에는 가지 않으려 합니다. 여러 사람과 어울릴 때도 저 때문에 분위기가 재미없게 변하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제 연기에 그런 평가를 해 주면 기쁘지요. 나도 드라마에서 웃고 싶었고, 내가 출연하는 장면을 보고도 웃고 싶었습니다. 이런 마음이 그런 연기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김범상은 극 초반 출세 만을 꿈꾸는 속물로 나온다. 야비하게 보일 수 있는 이런 캐릭터를 연기할 때의 마음가짐이 궁금했다.

“사실 속물적인 부분을 연기할 때는 특별히 계산하지 않아요. 인간은 누구든 출세지향적이고 이중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안의 그런 면에 솔직하면 되지요. 다만 ‘도끼병’ 연기를 할 때는 철저하게 계산을 한 후 카메라 앞에 섭니다. ‘나에게 반했나’ 같은 대사를 잘 못 소화하면 재수가 없거나 웃기지 않게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달 24일 방송에서는 고서 복원 장면을 능숙하게 소화했다. 화학 약품과 첨단 장비를 동원하는 정밀한 작업을 거쳐 고서 사이에 숨겨진 문서를 찾아냈다.

“미세한 작업을 연기해야 했지요. 사실 수전증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는 손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촬영에 임했습니다. 복원 전문가가 시범을 보이면 그대로 따라하며 한두 시간 촬영했지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는 요령에 대해서는 “두 시간만 자면 하루를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체력 안배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며 “지친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체격은 상당히 말라 보였고 얼굴에는 약간의 피곤함이 묻어 있는 것 같았다. 이에 대해 “운동을 하지 않으면 살이 빠지는 체질이라 촬영 기간에는 계속 체중이 빠진다”며 “‘피곤해 보인다’는 말은 듣지만 실제로는 건강하다”고 웃었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