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알로하 정신에 못지않은 통합과 관용의 정신이 있다. 바로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아니 오히려 ‘화이부동’의 정신은 알로하 정신이 지닌 의미를 뛰어넘는다. 상대방에 대한 관용과 이해, 통합과 존중의 가치가 알로하 정신을 관통한다면 화이부동에는 이를 넘어 조화와 화합 속에서도 자기의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겠다는 굳건함이 내재되어 있다.
화이부동의 정신은 사회 각계각층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충돌과 분열을 빚어내고 있는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철학이자 미덕이다. 다양성의 시대에 제 갈 길을 당당히 가면서 동시에 상생의 장을 마련하는 사회적 미덕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정신이 화이부동인 것이다. 올해 전주시정의 철학적 원리로 ‘화이부동’을 꼽은 것도 이런 이유였다. 그리고 이 정신을 올해 뿐 아니라 민선 4기 후반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원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지난 5월 전주시는 ‘2020 전주시 장기종합발전계획’을 발표하였다. 2020년까지 추진될 이번 계획에는 전주 도심의 특화된 공간구조를 전략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민선 4기 후반기를 새롭게 열어갈 신규사업과 향후 국가예산 발굴사업, 시책 사업 추진 등 미래 전주발전을 위해 추진될 중추적인 사업들이 계획되어 있다. 특히 이번 계획에는 전북 내에서의 전주의 발전, 전주 내에서의 각 권역의 발전, 전주시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발전 방향을 담고 있으며 그 바탕에는 화이부동의 철학이 녹아 있다.
새만금 내부개발방안이 확정되면서 전북발전은 새로운 호기를 맞았다. 새만금과 군산을 중심으로 한 경제자유구역은 지역경제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이다. 이에 전주는 새만금 발전이라는 큰 도약의 기회에 적극 동참하면서 또한 이를 바탕으로 천년전주의 새로운 위상을 정립할 계획이다. 전주시 종합발전계획에는 새만금 발전에 함께 발맞춰 가면서 배후중심도시로, 중추도시로서의 위상에 부합하는 기능과 역할을 맡게 될 전주의 모습이 제시되어 있다.
또한, 전주시 내부 발전에 있어서도 무조건적인 개발이 아닌 각 도심의 특성을 고려한 계획을 마련하였다. 인구, 산업, 개발방향, 지역간 연계, 지역의 자족성 등 도심의 특성을 감안하여 첨단산업권, 문화예술권, 중추행정업무권, 주거휴양권, 주거상업권 등 5개 다핵 공간 구조로 나눈 개별화된 발전전략은 다른 듯 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뤄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천년전주로 성장하는 기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종합발전계획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공존과 조화 그리고 상생이라는 상식적 원칙에 의하여 영위되는 전주시민의 삶이다. 시민 개개인의 삶의 특성을 이해하고 키워주는 도시, 전통과 문화 그리고 환경과 산업이 어우러지는 도시, 다른 지역과의 경쟁보다는 함께 발전하는 공존의 행복을 아는 도시가 앞으로 전주시가 구현해야 할 미래상이라고 생각한다.
오바마 후보를 통해 세계인들이 주목하게 된 알로하 정신, 그 보다 더욱 멋진 화이부동의 가치가 우리에게 있다. 그리고 전주인이야말로 조화와 상생의 원리인 ‘화이부동’을 누구보다도 잘 구현해내고 있지 않은가. 여러 재료가 한데 섞여 새로운 풍미를 만들어내는 전주비빔밥의 맛! 들려오는 판소리 한 대목에 절로 얹어지는 추임새의 멋! 이미 전주인의 가슴 속에는 화이부동의 정신이 살아 숨쉰다. 이제 이러한 정신을 전주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보자. 전통을 뿌리삼아 새로움을 창조하는 천년전주, 그 지속가능한 발전은 화이부동의 정신을 아는 전주시민과 함께라면 꼭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다.
송하진<전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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