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함성
촛불의 함성
  • 김남규
  • 승인 2008.06.10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에서 촛불이 피어올랐다. 누구도 이렇게 촛불이 번질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시작한 촛불은 기성세대의 관성과 나태한 양심에 불을 밝혔고, 넥타이 부대, 예비군 부대, 노동자 부대, 유모차 부대를 이끌어 냈다.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쳤던 촛불은 취임 100일이 지났지만 밀어붙이기식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의 불길로 번져나갔고, 서울에서는 청와대로 몰려가는 시민 촛불 행진이 연일 계속되었다.

전주에서는 5월 3일 전북대 구 정문 앞에서 시작된 촛불이 오거리 광장으로 옮겨와 30차례 에 걸쳐 수만명의 시민과 함께 불을 밝혀왔다.

촛불문화제는 광우병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많은 시민들의 공분과 자발적인 참여로 형성된 것이다. 결코 특정 단체나 특정 영역의 이익을 대변하고 피력하는 자리가 아니다. 시민들 스스로가 만든 자리이기에 시민들 스스로 갈무리를 지을 것으로 생각 한다.

또한 촛불 문화제의 현장을 보지도 않고 우려를 앞세우거나 보수 언론의 ‘배후 조종설’과 ‘색깔론’으로 순수성과 자발성을 훼손해서도 안 될 것이다. 촛불 문화제는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과거와 같이 단체가 정한 구호와 행사 일정에 맞춰 일률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고 다양한 발언이 나온다. 그리고 그 발언이 걸러진다. 동의할 수 없는 말에는 시민들의 호응을 않기 때문이다.

최근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구호’를 넘어 ‘정치적 구호가 등장’하였다. 이제 촛불 문화제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헌법 제 1조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변했다. 촛불을 든 학생들에게 ‘생각 없는 아이들’ ‘괴담설’ ‘비과학적 근거’라고, ‘초를 사주는 배후 세력이 있다’라고 말하는 정부와 보수 언론에 의해 자기 인권과 권리가 무시되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이렇게 외치고 있는데 ‘미국의 눈치만 보는 정부가 과연 우리 국민의 정부인가’라고 반문한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이러한 국민의 정서를 애써 외면하고 무시해왔다. 그것이 바로 촛불을 키운 것이다. 조·중·동을 쓰레기 신문이라고 말하는 학생·시민들의 분노는 이전에 시민단체들이 이끌었던 ‘조선일보’ 반대운동보다 더 강열하고 거세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 임원들은 스스로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촛불문화제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배우고 있다. 항상 짜여진 틀과 정리된 발언, 해설식의 연설에 익숙한 단체들은 시민들이 만든 축제 분위기의 집회를 보면서 ‘이제 우리도 변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촛불문화제는 학생들에 대한 인식도 바꾸어 내고 있다. 청소년을 미래의 주역이라고 말하고 미래의 유권자라 말하면서 항상 미래로 미뤄 놓고 현재의 청소년 문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촛불문화제를 통해서 본 청소년들은 투표권이 없을 뿐 정치적 의견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투표권만 없을 뿐 분명한 현재의 유권자라는 것이다.

촛불이 거대하게 타올랐다. 이제 우리는 촛불만 볼 것이 아니라 촛불 문화제 이후를 내다보아야 한다. 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촛불 문화제를 통해서 나타난 국민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에 걸 맞는 사회의 공론화 과정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다시 한반도 대운하 문제를 가지고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정부와 정당, 언론은 이러한 상황에서 물타기만을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공론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촛불 문화제와 같은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와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 몇몇 앉혀 놓고 찬·반 논쟁으로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 급급한 재미없는 토론회 말고….

김남규(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