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축제, 대표작품이 없다
소리축제, 대표작품이 없다
  • 한성천
  • 승인 2008.05.2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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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천<문화교육부장>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한국 전통문화와 현대예술을 조화시킨 대표적인 축제다.

소리축제는 전라북도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한국적인 소리를 세계의 다양한 소리예술과 연계시켜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로 육성하기 위해 2001년부터 시작됐다. 올해가 8년째다. 그러나 전북을 대표하고 소리축제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소리축제 브랜드를 가진 대표작품이 없다. 특색 없는 작은 공연예술작품들의 발표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공연예술축제들은 그들만의 색깔을 가진 독창적인 작품을 매년 재공연하거나 그해 자신들의 주제에 맞는 최신의 작품을 창작, 초연한다.

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 페스티발’은 라인하르트가 호프만쉬탈의 ‘예더만(Jedermann)’을 대성당 광장의 계단에서 처음 공연한 이후로 매년 재공연되고 있다. 그 후 이 작품은 짤츠부르크 페스티발을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다.

‘홍콩예술축제’는 세계의 최고의 예술가와 아시아의 신인예술가들의 최신의 예술적 경향을 소개해 세계예술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의 ‘동경국제예술제’ 또한 국제공동작품을 라인업하여 국제적인 문화교류 네트워크를 확대함으로써 축제의 예술적 질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리축제는 어떠한가? 매년 세계축제라는 이름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선이 분명치 않다. 잡화점 형태란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다행히 근래 들어 소리축제조직위가 자체적인 공연작품을 기획하고 이를 개막식에서 선보이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소리축제만의 색깔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위만의 의욕만으론 불가능하다.

지난 2년간 무대에 올려진 개막공연은 공연의 완성도면에서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소리축제가 자체적인 이름을 가진 작품을 제작하려는 의도는 권장사항이다. 하지만, 개막공연을 맡았던 도립국악원은 이러한 기획의도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새로운 시도가 한 번에 성공하기란 매우 힘들다. 그러한 실패가 반복된다면 특정 예술단의 문제로만 치부되지 않는다. 따라서 도립국악원은 단지 소리축제 개막식에 초청된 하나의 팀이라는 안이한 인식을 버리고, 소리축제를 만드는 핵심적인 주체로 나서야 한다.

도립국악원에서 ‘예더만’ 같은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어 소리축제 개막식에서 초연한다면 이것이 바로 도립국악원과 소리축제가 같이 사는 최고의 길이다. 그런 점에서 소리축제조직위와 도립국악원은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개막식 공연을 준비해야 한다. 남은 기일도 많지 않다.

소리축제 조직위도 세계의 다양한 전통음악의 레퍼토리와 최신의 예술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이를 개막작과 연계할 수 있도록 도립국악원을 지원해야 한다. 도립국악원은 한국의 전통적인 소리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작품에 대한 창작활동과 더불어 세계적인 예술가와의 라인업과 같은 다양한 시도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2008 소리축제 프로그램 발표회와 기자설명회 등에 개막작에 대한 소개와 준비상황 등을 공개하여 객관적인 평가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홍보전략도 필요하다. 2008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막작이 소리축제를 대표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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