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만에 면사포 썼어요"
"결혼 7년만에 면사포 썼어요"
  • 김민수
  • 승인 2008.05.21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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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산구청, 동거부부 5쌍 합동혼례 올려줘
“7년 만에 아내에게 면사포를 씌워주네요.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아야죠”

부부의 날을 맞은 21일 윤재일(32)씨는 아내 박원주(28)씨에게 다소 멋쩍은 입맞춤을 하며 “사랑한다”며 “더 재미있게 살자”고 말을 건넸다.

윤씨 부부는 이날 오전 11시 전주웨딩캐슬 예식장에서는 전주시 완산구청의 도움으로 형편 등이 어려워 결혼식을 못한 자신들과 나머지 4쌍의 부부가 혼례를 올렸다.

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예식장 측과 구청 직원들이 대형 스크린에 화면을 송출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 속에 드디어 식이 시작되자 난생 처음 하는 결혼식에 5쌍의 부부는 상기된 표정으로 차례차례 입장을 했다.

주례를 맡은 완산구청 진철하 구청장의 인도하에 맞절과 혼인서약 등을 한 후 진 구청장은 주례사를 통해 “부부의 날을 맞아 그동안 같이 살면서도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부부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라며 “앞으로 살면서 서로 지금 마음 그대로 항상 사랑하고 아끼며 희망을 가지고 살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5쌍의 부부 중에는 지난해 2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건너온 신부 쩡티가흠(30)씨도 포함됐다.

곱게 화장을 한 쩡씨는 약간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기분이 너무 좋다.”라는 소감을 말하고, 남편 양성관(46)씨와 다정하게 포즈를 잡고 연방 사진을 찍었다.

남편 양씨도 “지난해 베트남에서는 식을 간단히 올렸지만 한국에서 가족들을 모시고 식을 못 올려 미안했다.”라며 “아내가 기뻐하는 모습에 뿌듯하고 태어난 지 2개월 된 딸 지현이와 더욱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양씨의 축하 하객으로는 동생 양성욱(40)씨와 역시 베트남 출신인 제수씨인 부티투후에(22)씨도 참석, 축하를 해줬다.

양씨 형제의 어머니 정복례(81) 여사는 “이번에 큰아들이 혼례식을 치렀으니 다음번에 성욱이도 꼭 치렀으면 한다.”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날 5쌍의 신랑·신부는 전주시 의사회에서 기념품으로 제공한 혼수이불과 선풍기 등을 받았으며, 서로 손을 꼭 잡고 힘찬 행진을 하며 행복하게 살 것을 다짐했다.

김민수기자 leo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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