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스승의날 김홍식 교장(사진 김재춘 부장)
(재송)스승의날 김홍식 교장(사진 김재춘 부장)
  • 소인섭
  • 승인 2008.05.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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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발을 씻겨주는 교장선생님, 전교생의 생일을 찾아주고 벚꽃이 피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삼겹살 파티를 여는 교장선생님, 학생들을 무조건 믿어주고 칭찬하는 교장선생님….

시골 뒷마당서 연기가 피어 오르듯 평화로운 정경을 연출하는 이는 김제 봉남중학교 김홍식 교장이다.

정년을 2년 정도 남겨 둔 사람으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김 교장은 악력이 대단했고 건장했다. “지금도 웨이트트레이닝을 1시간씩 해야 기운이 나고 그래야 의욕도 생기죠.” 그는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이다. 선수생활뿐 아니라 올림픽 꿈나무를 육성하고 국제심판으로 활동한 이력이 녹록하지 않다.

김 교장은 색소폰을 부는 선생님으로도 유명하다. 동료 교사와 학생들의 생일파티석상에서 축하곡을 불 수 있을 때까지 그는 하루 7∼8시간씩, 입술이 부르트도록 연습한 적도 있다. 교장실은 사랑방이나 다름없다. 무릎에 앉거나 안마를 해주는 손자 같은 학생들의 ‘재롱’도 볼 수 있다.

이 학교의 삼겹살 파티는 이제 명물이 됐다. 벚꽃이 피면 꽃 그늘 아래 어김없이 고기굽는 풍경이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동네 어른들도 함께 모셔 지역사회의 동반자 역할을 다한다. 교정이 코스모스로 물결치는 가을에 이런 동네잔치는 한번 더 열린다. 김 교장은 특별한 이력이 하나 더 있다. 염습(염)을 한다는 점이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죽은 자의 몸을 씻기고 수의를 입혀 보내주는 일을 이미 40대부터 해왔다. 지난 2월에도 한 할머니에게 곱게 수의를 입혀 보내드렸다.

김 교장은 ‘선생님이 기뻐야 학생들이 좋아한다’는 지론이다. 2006년부터 교사 생일을 찾아준다. 부인(이정옥·양지중 교사)이 차려 준 생일 밥상을 색소폰 연주와 함께 전달한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선생님 가운데는 입지 않는 옷을 제자들에게 주는 일도 생겼다.

김 교장은 “얼마 전 전근을 가신 교사가 남몰래 1년에 100만 원씩 장학금으로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듣곤 고마워서 눈물을 왈칵 쏟았어요.” 김 교장의 친구 하나는 매달 20만 원씩을 장학금으로 보내 와 친구의 아름다운 행보를 돕는다.

세족식에서 교장은 교사의 발을 씻기고 다시 교사는 학생들의 투실투실한 발을 씻는다. 김 교장은 이에 대해 “저는 이미 신부님으로부터 4차례나 은혜를 입었으니까 이제 제 차례죠.”

이 학교에는 간혹 학교 부적응 학생이 전학을 온다. 이런 아이들은 어김없이 교장실에서 하루 20분 정도씩 독서를 해야만 한다. 지식을 충전하고 닫힌 마음을 열어보려는 의도이다. 얼마 가지 않아 이들은 경계심을 풀고 문예백일장에서 1, 2등을 할 정도로 100% 변신에 성공하는 학생도 나온다.

김 교장에게 학생들은 ‘이쁜 새끼들’이다. 김 교장은 “심지어 거짓말도 믿어줘야 한다.”고 할 만큼 아이들을 믿어 준다. 또 칭찬 폭격도 퍼붓는다. 그는 ‘공부 선수’를 만들어 주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중시한다. 그래서 웬만한 행사나 대회에는 전교생 38명이 모두 참가한다.

김 교장은 이 이야기는 잊지 말고 써달라고 했다. “젊어서 얻은 호랑이 선생님 소리가 이젠 듣기 싫어요.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호되게 했던 것이 지금은 후회가 돼요. 동료 교사들한테도 미안한 부분이 많아요.” 이들에게 모두 용서를 빈다고 했다. 그에게 특별한 바람이 하나 더 있다. 수몰지역 인근 용담중에서 쏟은 열정 때문인지 그가 떠나올 때 주민들은 “선생님 이 다음에 꼭 교장선생님으로 다시 와 주세요.” 했단다. 그러나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김 교장은 SBS교육대상 생활지도 부문 ‘대상’에 선정됐고 이번 스승의 날에는 ‘옥조근정훈장’을 받게 된다.

소인섭기자 i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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