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흔들린다> ③가족해체 심화
<가정이 흔들린다> ③가족해체 심화
  • 김은숙
  • 승인 2008.05.0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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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부부 10년새 35% 증가
중학생 자녀 두 명을 둔 40대 중반의 주부 A씨는 최근 10여 년 넘게 계속돼온 남편 B씨의 폭행을 참지 못해 이혼소송을 냈다. A씨는 “아이들 때문에 끝까지 살아보려고 했지만, 술만 마시면 마구 때리고 심지어 아이들을 내던지는 등 마구잡이식 폭력을 버틸 수가 없다”며 이혼시켜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최근에는 고막까지 파열될 만큼 심하게 맞았다는 등의 A씨의 안타까운 사연에 전주지법 가사1단독 신명희 판사는 “남편의 폭력행위가 인정된다”며 이혼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배우자의 폭력과 성격 차·경제적 이유 등으로 ‘이혼행’을 택하는 도내 이혼 부부가 최근 10년 동안 35%인 1천147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전북 통계청과 전주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이혼 건 수는 4천417건으로, 10년 전인 1997년(3천270건)에 비해 1천여 건 이상 증가, 산업사회의 심화와 가치관의 변화 속에서 갈수록 파괴되고 있는 우리 가정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 새 60세 이후 황혼이혼은 70건(1997년)에서 지난해 272건으로 무려 288%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40∼50대 이혼율도 같은 기간 242%(1997년 666건·2007년 2282건)나 늘어났다. 이같이 40대 이후 이혼율이 급증한 것은 과거‘자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산다.’가 아니라‘헤어지는 게 낫다’는 이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또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 경제적 독립성도 강해진 것도 이혼 증가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주된 이혼사유는 성격차이로 인한 부부불화가 가장 많고, 경제적 문제, 건강상 이유 등이며, 최근에는 부부당사자가 아닌 시부모나 처가 등 다른 가족과의 불화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2005년 결혼한 주부 C씨도 시댁과의 불화 때문에 이혼위기에 처했다. 결혼 후 여러가지 이유로 시부모와 갈등을 빚어오다가 최근 심각한 생활고에 부딪히면서 시댁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시부모는 “이혼하지 않으면 도움을 줄 수 없다”며 남편에게 이혼을 강요하고 있다.

신 판사는 “이혼은 단 한가지 이유가 아닌 폭력과 경제적 문제, 성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이뤄지고 있다”며 “배우자의 폭력과 외도 등으로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혼은 자녀들의 비행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부부간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가정폭력상담소 박기화 상담원은 “최근에는 신체적 뿐만 아니라 욕설 등 정서적 폭력 등에 시달려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경제적 이유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자녀들을 위해 최대한 화해조정을 유도하지만, 상당수가 더 이상 부부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로 신뢰가 무너진 상태라 어쩔 수 없이 이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숙기자 myi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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