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어웨이크
새영화­어웨이크
  • 소인섭
  • 승인 2008.03.2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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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이 넘는 영화가 서울 극장가에서는 개봉됐지만 도내에서는 2∼3편 정도만이 새롭게 스크린에 걸렸다. 추격자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고 워터호스가 가족 관람객들을 영화관으로 불러 들이고 있으나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은 없어 보인다. 신작 영화 가운데 스릴러 물인 ‘어웨이크’ 정도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라는 것이 극장 관계자의 말이다. 이번주에는 ‘마취중 각성’이란 끔찍한 소재의 영화를 소개한다.

◆어웨이크(조비 해롤드 감독/제시카 알바·헤이든 크리스텐슨 주연)

마취에 실패해 환자가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를 ‘마취중 각성’이라고 한다. 차가운 메스로 자신의 복부를 가르는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지만 육체가 마비돼 수술자에게 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의 이 소재는 사실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리턴’이 앞선다. 하지만, 각성상태의 수술이라는 공포보다는 주인공을 둘러싼 음모가 이 영화를 지배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었던 젊은 백만장자 클레이(헤이든 크리스텐슨)는 선천적으로 약한 심장을 가졌다. 심장을 이식받아야 살 수 있는 그는 신뢰하는 주치의 잭(테렌스 하워드)의 조언에 따라, 홀어머니(레나 올린)의 반대를 거스르고 아름다운 샘(제시카 알바)과 결혼한다. 하객 없이 약식으로 결혼한 저녁, 적합한 심장이 준비됐다는 소식에 클레이는 잭에게 집도를 맡기는데, 완전히 마취되는 데 실패해 의식이 생생한 그가 수술대 위에서 얻는 것은 건강한 심장이 아니라 추악한 진실이다.

영화 초반, 잭의 독백을 통해 클레이가 수술 뒤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시작하는데, 이는 관객의 긴장을 유발함과 동시에 클레이의 죽음이 과연 사고였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클레이의 죽음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조금씩은 수상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주변 인물들의 비밀이 밝혀지고 나서야 결말은 다가온다. 수술 중 ‘유체이탈’과 같은 상황을 경험하는 클레이는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주위 사람들의 수상한 대화, 남편의 의문스러운 죽음 이후 아들에게 집착하게 된 어머니의 사연을 만난다. 살을 가르고, 심장이 옮겨지는 몸의 고통보다 수술대에 올라서야 알게 된 진실이 더 끔찍하고 슬프다.

영화는 끔찍한 고통의 경험과 믿음과 배신이라는 또 하나의 설정으로 관객을 혼돈 시킨다. 전문가들로부터는 과한 포장으로 관객들을 현혹시키곤 하는 스릴러들에 비해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관객들을 몰입하도록 한, 시공간의 활용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반전의 힌트를 여기저기 발견할 수 있게 한 허술함을 엿볼 수 있고 긴장감 있는 출발과는 달리 결말에 다가갈수록 훌륭하지 못하다는 평가도 함께 받고 있다.

미국에서 이 영화의 평은 극과 극을 달린다. 신선도가 고작 22%이지만 놀라우리만큼 효과적인 스릴러라는 호평도 있다. 관객에게 일종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영화, 서툴게 뿌려놓은 복선, 가사상태에 빠져 다른 차원의 시공간을 오가도록 설정한 고루한 상상력 등을 트집잡히고 있다. 하지만, 짧은 러닝타임 동안 한 가지 이야기에 집중한 것은 잘 된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정밀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마취중 각성이란 고통과 사랑과 배신에 몰입해 영화를 감상해 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소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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