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없는 봄볕 같은 학교를
학교폭력이 없는 봄볕 같은 학교를
  • 박규선
  • 승인 2008.03.24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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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남을 거칠게 제압하기 위해 쓰는 억압적인 힘을 말한다. 폭(暴)자를 보면 폭력(暴力)처럼 ‘사납고 거칠게 치다’는 뜻도 있지만, 맹자(孟子)의 백성들에 의해 드러난다는 의미의 ‘폭지어민(暴之於民)’처럼 ‘드러내다’의 의미도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폭로(暴露)가 그런 뜻이다.

폭력은 정의롭지 못한 힘이다. 이렇게 정의롭지 않은 힘은 어디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만일 그 폭력이 용납된다면 민주질서와는 거리가 먼 사회가 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은 폭력을 용인했다. 아니 적적한 통치 방편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 폭력의 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한 투쟁은 치열했고, 또 엄청난 희생을 치르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 폭력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내재된 거친 정서와 소위 ‘결사’ 투쟁의 방법이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는 등 또 다른 폭력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고 독재를 종식시킨 많은 나라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독재는 끝났지만 독재로 인해 형성된 아집이 깊어서 사회 발전을 더디게 만드는 것이다.

이른바 ‘내 주장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가 그렇다. 그런 막무가내식 주장 역시 폭력이다. 내가 주장하는 만큼 상대의 주장도 귀담아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현실은 실질적인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기만 잘나고, 자기주장만 옳은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본질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몇 년 전 마산에서 교장 선생님이 자살했다. 학생들이 장난삼아 찍은 폭력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학교 폭력이라며 이를 막지 못한 학교 책임자에 대해 무차별 공세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교내의 사태를 올바로 알리려고 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나중에 학생들의 장난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정신적 테러에 시달리던 그 학교 교장 선생님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런 폭력 역시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나가기 위해서 풀어야할 문제일 것이다.

이렇듯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고, 그 후유증이 또한 크다. 그러기에 힘 있는 지도자일수록 인(仁)을 강조했고, 화(和)를 추구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이산’에서 정조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성군 중에 성군으로 추앙받고 있는 정조가 자신의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노론 벽파들에 대해 취한 태도는 탕평(蕩平)이었다. 원한을 폭력으로 갚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고, 그런 의식에서 조선의 르네상스를 연 힘이 나왔던 것이다.

학교 폭력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사실 그 전에도 학교에서 폭력은 있었다. 필자가 교편을 잡던 시절에 이 학교 저 학교에서 들려오는 폭력 이야기는 정말 심각한 것이었다. 오히려 지금의 폭력은 모두 드러나서 그렇지 그때만큼 빈번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의 학교 폭력이 안심할 상황이라는 것은 아니다. 폭력은 그 어디에서도 용납될 수 없지만 꿈을 키우는 학교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런 상황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 학교폭력 뒤에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첫째는 결손 가정 등 개인의 불행과 불만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이다. 따뜻한 사랑만이 이런 ‘사납고 거칠게 치다’는 힘을 순화시킬 수 있다.

둘째는 집안에서 자기밖에 모르고 성장한 탓에 나타나는 미숙한 사회화에 있다. 내 자녀만 이 아닌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가정교육이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삭막한 학교문화와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한 줄로만 세우는 우리 교육의 현실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학교폭력을 폭력으로만 보지 말고 그 뒤에 숨겨진 원인을 찾고,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3월의 봄 햇살처럼 폭력이 없는 훈훈한 학교를 오늘도 꿈꾼다.

박규선(전라북도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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