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꿈·기대를 팔까요
이야기·꿈·기대를 팔까요
  • 김원규
  • 승인 2008.03.21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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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토리텔링마케팅'이 경영의 화두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스토리(이야기)텔링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알리고자 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고 생생하게 그리고 설득력있게 전달하는 입소문 마케팅을 말한다.

사람들은 정치인 이야기, 연예가 소식, 드라마 이야기 등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흥미를 느낀다.

상품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목걸이 보다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착용했던 이야기가 있는 목걸이를 더 좋아한다.

흥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상품은 단순히 우수한 품질이나 디자인을 가진 제품보다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

'경영의 노스트라다무스'라 불리우는 드림소사이어티 저자 롤프 옌센은 앞으로 다가 올 '꿈과 감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제품 보다 이야기를 팔아라'고 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초콜릿마을과 일본 하코네 온천마을에서는 초콜릿에 목욕하는 것을 관광 상품화하여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이 내린 뿌리' 인삼이 담긴 욕조에 몸을 담그고 '건강 100세'를 상품화 해 봄직하다.

일본에 가면 작은 마을에서 파는 과자 포장에도 그 과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전국 어디에 가도 호두과자 포장이 같은 우리와는 다르다. 그렇게 이야기를 담으면 보통과자 보다 부가가치가 2~3배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 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틀에 박힌 사고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사람도 기업도 도태되지 않는다.

일본의 아시히야마 동물원은 줄어드는 관람객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다.

사육사들이 우리 한가운데 볼록하게 튀어 나온 투명한 캡슐을 만들어 동물을 가까이서 생생하게 볼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과거 전성기 때를 크게 웃도는 홋카이도의 명소로 부활했다.

소비시장은 기술 보다는 재미와 감성이 중시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담긴 제품을 기꺼이 구매한다.

일본의 오토코마에 두부점은 '사나이 두부'를 팔았다. 이 두부의 포장재를 보면 아무 설명없이 큼지막하게 검정색으로 '男'이라고 써놓았다.

전통적인 두부 소비층인 주부를 공략하는 대신 '남성다운 두부'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차별화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한 두부 대신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인' 두부를 선택했다.

이젠 머리 못지않게 가슴이 중요해진 시대에 소비문화가 바뀌고 있다.

단순한 상품이 아닌 '재미'와 감성적 '경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농업도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팔아야 한다.

농업CEO들이 음악에 취하고 만화책과 갤러리에 푹 빠졌다.

농작물에 예술적 영감과 상상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다.

지금은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고 욕구를 자극할 수 있어야 통하는 '감성마케팅'시대다.

고객의 심금을 울리는 얘깃거리가 있으면 단순히 기억되는 것을 넘어 사랑받게 된다.

고창의 학원농장 진호영 대표는 청보리밭 축제로 '경관농업특구' 지정을 받았다.

해마다 4월이면 드넓은 들판에 청보리 물결이 한 폭의 수채화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풋풋한 냄새가 향수를 자극하고 아이들은 종달새와 재잘거리고 어른들은 보리밭 사잇길을 따라 바람과 길과 하늘의 아름다운 추억을 더듬는다.

50만명의 내방객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경기도 화성의 과수원 현명농장은 농업과 음악의 만남이다.

하얀 배꽃이 안개처럼 깔리는 배 밭에서 '클래식 음악회'를 여는 것이다.

한 해에 3000여명이 다녀 간 농장 축제다.

남보다 더 신나고 재미있는 창조적 상상력이 곧 경쟁력이다.

각 지역마다 전통과 현재 그리고 미래가 어우러지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담아 상품의 독특한 가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뉴올리온즈대학의 마이클 르뵈프 교수가 '평생의 고객으로 만드는 방법'이란 책에서 한 말을 되새겨 보자.

"내게 옷을 팔려 하지 말고, 매혹적인 외모에 대한 기대를 팔아 주세요. 장난감을 팔려 하지 말고, 내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팔아 주세요. 내게 물건을 팔려고 하지 마세요. 대신 꿈과 느낌과 자부심과 일상의 행복을 팔아 주세요. 제발 내게 물건을 팔려고 하지 마세요."

드림소사이어티 시대에 소비자는 감성적 만족을 요구한다.

꿈과 기대를 파는 '스토리프랜들리(이야기 제품)'는 어떨까.

김원규<농협효자동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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