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신풍속도
대학가 신풍속도
  • 송영석
  • 승인 2008.03.20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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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취업문 스터디·동아리로 뚫는다
극심한 취업난이 지역 대학가의 풍속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취업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학생들의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졸업을 미룬 소위 ‘대학 5학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가 하면, 이제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 ‘삼태백(삼십대 태반이 백수)’으로 진화하고 있다.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는 취업문을 뚫기 위해 대학 새내기들도 효과적인 취업전략을 미리 고심하며 실천을 위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으며, 같은 목표를 갖고 준비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스터디그룹을 조직해 취업에 관한 공부와 정보를 공유하거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동아리를 선택하는 새내기들의 모습은 취업난에 새롭게 생겨난 대학문화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편집자 註>

▲취업준비의 꽃, ‘스터디 그룹’

지난 19일 오후 5시 모든 학과 수업이 끝난 전북대학교 인문대 1호관 116호 강의실. 국문학과 학부생들을 주축으로 구성돼 있는 국문학 스터디 그룹 ‘우리말 미리네’ 학생 6명이 삼삼오오 모여 전공에 대한 심도있는 공부를 펼쳤다.

전공분야에 대해 심도있는 학습과 취업준비 등을 위해 지난해 자발적으로 그룹을 만든 이들은 매주 2회 정기 스터디 모임을 가지면서 학습과 더불어 취업전략과 최신 정보 등을 나누고 있다.

현재 전북대 측에서는 이들을 비롯한 20개의 스터디 그룹을 선정해 학기당 20만 원을 지원해주고, 학기마다 수기공모를 통해 우수팀을 선정해 시상도 할 예정에 있단다.

이날 전북대에서 만난 이재갑(26·국문학과) 학생은 스터디의 장점에 대해 예·복습 뿐 아니라 혼자 학습할 경우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같은 목적의 학습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끼리니 정기적 만남을 통해 취업과 관련된 최신 정보와 학습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팀원들간의 경쟁의식을 통해 수시로 마음을 다잡는 것도 가능해 스터디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이 늘어 현재 2분반으로 그룹을 나누기에 이르렀다고.

토익을 준비하거나 공무원 시험 등 각종 취업과 연관된 시험을 준비하는 스터디 그룹을 대학 내에서는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고, 이들은 오늘도 동반자 혹은 경쟁자가 돼 영글어 갈 미래를 준비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놀기만 하는 동아리는 Bye Bye∼!

새내기들이 가장 즐겁게 대학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면 단연 동아리 활동이다.

그러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이제 동아리 선택도 학점과 취업에 있어 도움이 되는 동아리를 찾는 신입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전북대 등이 봉사학점 의무화를 발표해 학점관리에 유리한 봉사 관련 동아리가 인기를 모으거나 학과별로 보다 심도있는 전공을 공부할 수 있는 과 동아리, 영어관련 동아리들이 새내기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이달 초 대학별로 펼쳐진 동아리 모집에서도 취업을 강조하거나 딱딱한 이미지가 드러나지 않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동아리를 홍보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신입생 김기석(19) 학생은 “대학 1학년부터 취업을 위해 토익을 준비하거나 공무원 시험 준비에 들어가는 친구들이 눈에 띌 만큼 취업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많은 친구들이 동아리 선택도 취업이나 혹은 대인관계, 학점 등에 도움이 되는 곳을 택하고 있어 저 역시 학점에 도움이 되는 봉사동아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색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 미리 체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김성훈(28)씨는 새벽 생활정보지배달을 비롯해 맥주포장, 대리운전, 편의점, 방청객 알바, 주유소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갖고 있다.

물론 용돈 벌이나 학자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드는 학생들도 많지만 김씨처럼 예비 사회인으로 경험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보려는 학생들이 늘면서 이색 아르바이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이정수(23·전북대 영문과)씨는 버섯농장에서 나무를 뒤집는 일과 전시장을 지키는 일, 도시가스 점검원, 호텔 연회장 서빙 등 다분히 이색적인 아르바이트 경험을 갖고 있다. 힘들고 조금은 특별한 일 속에서 나름의 보람과 함께 소중한 땀의 의미를 알 수 있어 취업에 대한 도전정신을 키울 수 있었다고.

또 자신의 전공과 연관된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도 벌고 능력을 키우는 학생들도 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는 이효주(21·여)씨는 지난 겨울방학에 시내 미술학원에서 미대 지망생들에게 데생 등을 가르치는 일을 했고, 연합고사를 마친 중3 학생들을 대상으로 식물을 키우는 법을 가르치며 인성을 키워주는 ‘원예치료사’라는 아르바이트도 경험했다.

■ 송하영 학생의 취업 준비 노하우

“고등학교 때는 대학진학만이 목표였는데 막상 대학에 들어오니 취업이라는 더 큰 관문이 자리하고 있더라구요. 취업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뚫기 위해 대학생활에서 자신의 능력을 키워가는 일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지난 18일 전북대 도서관에서 만난 송하영(21·전북대 산업디자인과)씨. 취업을 목표로 올해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선택한 송씨는 취업전선에서 주요 화두가 된 영어에 대비하고자 올해 어학연수를 계획하고 하루를 영어공부에 매진하는 중이다.

취업에 있어 영어의 중요성을 알기에 1학년 때부터 영어공부만은 꾸준히 하고 있다는 송씨는 휴학중인 요즘도 매일 학교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오후가 되면 학교 앞 어학원에서 영어수업을 듣는다.

송씨는 대학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걱정하는 요즘 대학생들의 전형. 동아리도 제품을 디자인 등을 배우고 여러 공모전에 참가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는 ‘stuff’를 택했다.

전공에 대한 심도있는 공부를 위해 동아리 활동을 해온 송씨는 지난해 동아리 선배들의 조언으로 동료들과 함께 지난해 내비게이션 전문 회사 아이나비가 주최한 전국 디자인 공모전에 참여, 2위를 차지하는 성과도 일궈냈다.

취업에 있어 지방대라는 한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송씨는 자신을 특화해야만 어려운 취업전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지난해 교양과목으로 ‘진로설계’ 수업을 듣게 됐다고.

그러나 각 학과의 특성에 따른 진로설계가 되지 못하고 인사면접 방법 등 수업이 일반적인 선에 그쳐 아쉬움이 남았다고. 각 단대별, 학과별 특성에 맞는 진로설계 과목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송씨는 “많은 학교 친구들이 취업에 맞는 전략을 선택해 지속적으로 공부하거나 경력 및 경험을 쌓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을 보면 취업난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각자 세운 계획대로 차근차근 취업난에 대비해 나간다면 취업이라는 좁은 문도 뚫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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