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두 여배우의 관능 '천일의 스캔들'
<새영화> 두 여배우의 관능 '천일의 스캔들'
  • 박공숙
  • 승인 2008.03.11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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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영화다. 영화 속 두 여자의 삶을 보는 것도, 그 둘을 연기한 두 여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도.

튜더 왕조의 헨리 8세와 그의 두 번째 왕비 앤은 마치 조선 왕조의 장희빈처럼 서양에서는 후대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영국의 국교까지 바꾸게 하며 왕을 이혼시켜 당당히 왕비의 자리에 오른 후 1천일 만에 참수형을 맞은 앤의 일생은 드라마틱, 그 자체다. 이 좋은 소재를 어찌 놓칠까. 영화 ‘천일의 앤’도 있고, 요즘 잘나가는 미드 ‘ 튜더스:천년의 스캔들’도 있다. 앤의 딸인 엘리자베스 1세를 다룬 작품까지 친다면 튜더 왕조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무수히 많다.

‘천일의 스캔들’은 앤과 함께 역사의 전면에 서지 않았던 그의 동생 메리를 똑같은 비중으로 내세운다. 앤 이전에 동생 메리가 먼저 헨리 8세의 눈에 들었고 임신해 아들을 낳았다는 것은 대중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 영화에서는 동생으로 설정됐으나 역사가 중에는 언니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소재 자체로도 흥미진진한데 이를 연기한 여배우가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20대 배우인 내털리 포트먼과 스칼릿 조핸슨이라면 더욱 관심이 동한다. 포트먼이 섹시한 요부 같은 앤을, 관능미에서 결코 포트먼에게 뒤지지 않는 조핸슨은 조숙한 메리를 연기했다.

눈부신 이들의 외모를 ‘세익스피어 인 러브’ ‘에비에이터’로 아카데미 의상상을차지한 샌디 포웰이 화려한 의상으로 더욱 돋보이게 한다.

미모만큼이나 연기도 잘 하는 두 여배우의 팽팽한 라이벌전을 지켜보는 것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재미를 안겨준다.

또 두 여자의 사랑과 욕망의 대상인 헨리 8세는 에릭 바나가 연기해 안정적으로무게 중심을 잡는다. 필립파 그레고리의 동명 역사소설을 각색했으며, TV 드라마연출을 주로 해온 저스틴 채드윅이 처음으로 영화에 발을 디뎠다.

볼린 가의 아름다운 딸 앤은 집안의 요구와 자신의 욕망을 위해 국왕 헨리 8세를 유혹하려 한다. 그러나 정작 헨리 8세의 눈에 든 건 앤의 동생 메리. 캐서린 왕비가 있었지만 마음에 없던 왕은 메리의 순수한 모습에 반한다.

앤은 몰래 결혼까지 해 집안의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온 집안의 기대는 임신한 메리에게 쏠린다. 메리가 임신 후유증으로 왕과 동침을 하지 못하게 되자 야망에 눈이 먼 아버지와 삼촌은 프랑스 왕비의 시녀로 보낸 앤을 다시 불러들이고, 앤은 이번에는 메리와 전혀 다른 매력으로 헨리를 사로잡는다.

헨리 8세는 몸을 허락하지 않는 앤으로 인해 메리와 아들조차 외면하고 스페인 공주 출신 왕비를 폐위시키는 과정에서 교황청과 등을 돌리기까지 한다. 국민은 앤을 마녀로 부르고, 앤의 지칠 줄 모르는 야욕에 진력난 헨리는 또다시 앤에게 등을 돌린다.

영화는 즐길 거리를 충분히 배치해놓았다. 왕은 메리에게 사랑의 대상이었고, 앤에게 욕망의 대상이었다. 영국 귀족의 야욕과 허상을 볼 수 있으며, 자매 혹은 유부녀조차 상관없었던 국왕의 절대 권력, 궁정의 추악한 세계 등이 표현돼 있다.

앤은 요부로, 메리는 순정파로 그려지지만 전혀 다른 주장도 있다. 오히려 방탕한 생활로 메리가 프랑스 왕비의 시녀로 보내졌고, 앤이 순결했다는 것. 하지만 영화를 즐기는 데 역사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둘째아들로 태어나 왕위에 오르기까지 숱한 음모와 배신을 견뎌야 했을 헨리 8세가 메리를 보며 자신을 투영하는 것 또한 인상깊다.

영화는 결국 헨리 8세와 함께 묻힌 왕비 제인 시모어의 존재까지 드러내는 등 그 시대상을 비교적 고른 터치로 담아내려 한다.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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