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최진실의 11년 만의 화려한 귀환
'영리한' 최진실의 11년 만의 화려한 귀환
  • 박공숙
  • 승인 2008.03.10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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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신데렐라 스토리…청순녀에서 억척 아줌마로
▲ 4일 오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MBC 새 주말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제작발표회에서 주연배우 최진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11년 전 ’청순녀’ 연이가 ’억척 아줌마’ 선희로 변했다.’ 1990년대 트렌디 드라마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이끌던 최진실이 11년 만에 아줌마 버전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들고 나오며 진화를 선포했다.

세월의 변화와 함께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찾은 ’왕년의 트렌디 스타’의 화려한 귀환이다. 8일 시작한 MBC TV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최진실이 몸을 던진 아줌마 연기를 펼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청률은 8~9일 각각 10.9%, 10.4%(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로 경쟁작인 SBS TV ’행복합니다’ ’조강지처클럽’, KBS 1TV ’대왕 세종’에 비해서는 한참 뒤지지만 1~2회에서 최진실이 보여준 열연과 진부하지만 경쾌한 신데렐라 스토리는 향후 시청률 상승의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드라마가 1997년 안방극장에서 대폭발을 이뤘던 MBC TV ’별은 내 가슴에’와 오버랩돼 더욱 흥미를 끈다. ’별은 내 가슴에’ 역시 최진실이 주연했던 신데렐라 스토리. 극중에서는 물론 실제로도 11년의 사이를 두고 아가씨에서 아줌마로 바뀐 최진실의 변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 재미를 배가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스테디셀러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한배우가 11년의 간극을 두고 이처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끄는 것은 분명 흔치 않을것이다.

◇맨손의 그녀, 스타와의 사랑을 꿈꾸다 ’별은 내 가슴에’의 연이는 고아원에서 자라나다 고등학생이 돼 부자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지만 구박 속에서 억눌려 지낸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으로 디자이너의꿈을 키우게 되고 그 과정에서 고독한 스타 강민(안재욱 분)을 만나 사랑을 키운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선희는 서른아홉에 폐경기가 온, 중학생 딸을 둔 아줌마다. 남편은 사업한답시고 집을 나갔고, 한푼이라도 벌겠다고 자존심 굽힌 채 시누이 집에서 가정부 노릇도 하고 방청객 아르바이트도 하지만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사사건건 구박을 하며 인간 이하 취급을 한다. 그런 와중에 고등학교 시절 풋사랑을 나눴던, 지금은 스타가 된 재빈(정준호)과20년 만에 우연히 엮이게 된다. 실제보다 나이를 7살 줄이고 거짓 인생을 살아가는 재빈은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까 봐 선희를 거짓으로 구워삶으려 하고 이 와중에 순진한 아줌마 선희는 엉뚱한 착각을 한다.

◇고개도 못 들던 청순녀, 요실금 수술까지 받다 수줍음이 많은 청순한 20대 처녀 연이는 강민 앞에서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말수도 적고, 쉽게 얼굴이 빨개지곤 했다. 강민과의 사랑에서도 그저 강민이 리드하는 대로 따라갈 뿐이었다. 그러나 서른아홉의 선희는 아줌의 끝을 보여준다. 이른 폐경기도 충격적인데 남편의 보석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금 500만 원을 받자고 거짓 요실금 수술까지 받으려 한다.

그러나 일이 꼬여 요실금 수술이 아니라 엉뚱한 질 축소 수술을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빚만 더 늘어난다. 심지어 남편에게는 딴 여자가 생길 태세다. 이런 선희도 스스로의 착각 속에 재빈 앞에서 ’하룻밤만 허락할게’라며 원피스를 벗을 때까지는 부끄러움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는 딸이 학원에 안 가고 스타를 쫓아다닌 현장을 포착하자 발차기를 날리고, 방청 아르바이트를 따내기 위해 얼굴에철판을 까는 200% 아줌마다. 드라마는 전후좌우로 ’생활인’ 아줌마의 끝을 보여주며혀를 내두르게 하고, 최진실은 그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든다.
 
◇머리에 찌른 핀…그러나 상반된 의미 연이와 선희의 공통점이 있다면 머리에 찌른 핀이다. 단발머리 아가씨 연이는 머리에 주로 두 갈래 실핀을 꽂아 청순함과 순진함을 강조했다. 선희도 같은 자리에 핀을 꽂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다. 옆으로 부풀어오른 ’ 뽀글 퍼머 머리’의 연이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촌스럽지만 거기에 떡하니 핀까지 꽂고 나와 화룡정점을 찍는다. ’이보다 더 촌스러울 수는 없다’의 의미.

그러나 이런 핀은 변신을 위한 장치로 무척 유용하다. 연이가 가끔 단발머리를 바꿔 상황에 따라 파티복과 함께 세련된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며 변화의 재미를 줬듯, 선희 역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신없는 ’뽀글 머리’는 곧 깔끔하게 정돈된 커트형의 생머리로 바뀔 전망. 그 순간 변화의 쾌감은 극에 달하게 될 것이다.
 
◇신데렐라 판타지는 영원하다…그러나 조금씩 진화한다. ’별은 내 가슴에’가 도망갈 구석 없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였다면,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신데렐라 스토리에 근간을 두고 있지만 후각을 확 자극할 정도로 새로운 양념을 쳤다는 점에서 약간은 진화된 모습이다. 또 ’별은 내 가슴에’가 박원숙-박철 모자 부분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심각하게 폼을 잡았다면 체면을 벗어던진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전반적으로 포복절도할 상황을 보여주며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최진실뿐만 아니라 상대 역인정준호의 뻔뻔하고 치사한 연기가 제대로 하모니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은 신데렐라 판타지는 영원하다는 진리에 다시 한번 밑줄 긋게 만든다. ’조강지처클럽’의 오현경이 최근 후줄근하고 버림받은 아줌마에서 세련된 외모의 직장여성으로 거듭나며 시청률 상승을 이끌었듯, 커다란 뿔테 안경의 아줌마 선희 역시 이제는 바닥에서 올라올 일밖에 없는 것. ’영리한’ 최진실의 화려한 신데렐라 귀환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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