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를 살려야 실용의 시대를 열수 있다
이공계를 살려야 실용의 시대를 열수 있다
  • 장선일
  • 승인 2008.02.28 1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용이란 실제로 쓰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표방하는 사상이 실용주의 이다. 이는 미국의 철학정신을 반영하는 사조로서 실제(practice)에 관심을 둔 사상으로 실제란 행위의 실제로서 실험적인 과학에 입각하여 사회적 ·경제적인 활동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며, 사회의 발전과 문화의 진보에 공헌하는 유용성이나 적용가능성을 의미한다. 실용주의의 창시자인 C. S. 퍼스는 “무엇을 아는가(know-what)” 보다 “어떻게를 아는 것(know-how)’을 강조했다.

며칠 전 참여정부가 막을 내리고 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둔 실용의 시대를 열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 선거에서 국민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실용주의를 슬로건을 내건 후보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 정부가 추진할 5대 국정지표를 “활기찬 경제, 능동적ㆍ예방적 복지, 인재대국과 과학국가 건설, 글로벌외교 및 한반도 평화 정착, 섬기는 정부”라 취임사를 통해 밝혔다. 그 중 “인재대국과 과학국가 건설” 지표를 내세운 것은 실용의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과학정책을 살펴보면, 1970년대는 새마을 운동과 함께 토목공사 중심의 과학기술정책, 1980년대는 미생물, 유전 등 생명공학, 1990년대는 IT 기술 및 산업 정책을 내세워 이공계 분야의 인력과 산업을 육성했다. 그러나 2000년대는 IT와 생명공학기술(BT)의 융합 기술 정책을 펼쳐 관련 산업을 육성해왔으나, 우수 인재의 양성은 만족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와있는가?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선진국에 비해 50-70%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선진국의 과학기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 단계를 보면, 1단계는 외국의 연구 성과를 국내에 소개하는 수준이었고, 2단계는 그것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수준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단계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단계는 남이 한 것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연구를 통해 창조적인 것을 개척해 나가며 선진국과 겨루는 단계에 와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에 관련된 인재 육성을 보면, 한심한 수준을 넘어 암울하기까지 하다. 그 징후를 몇 가지 살펴보면, 첫째, 이공계의 핵인 자연과학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원생이 넘쳐 날을 밝히는 연구실이 많았으나, 지금은 이공계의 기피 현상으로 불 꺼진 연구실이 허다하다. 둘째, 의ㆍ치학분야의 경우 2005년도를 기점으로 의료교육환경의 개선 및 세계적인 수준의 의학 수준을 끌어 올리겠다고 의ㆍ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여 현재 설립ㆍ운영하고 있는데, 이공계를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이 전공을 집어치우고 의ㆍ치학전문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진학 후 이들이 모두 임상분야에 진출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생물의학의 근본이 되는 기초생물의학연구실에 의대생의 발길이 끊어진지 오래다. 셋째, 정부출현연구소를 비롯하여 지자체 산하 연구소가 수 없이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연구할 전문성을 가진 연구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넷째, 참여정부 시절 선택과 집중이라는 논리 속에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으나 성과는 없고 학계나 연구계의 빈익빈 부익부만 초래하여 창의적인 연구을 유도하는데 실패했다. 다섯째,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로스쿨 선정 문제도 말이 많다. 우리나라의 최고 인재들이 의사이어야 하고 판ㆍ검사이어야 만 하는가?

이공계는 어디로 갔는가?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의 발전의 초석은 의학도 법학도 아닌 이공계 출신들의 피나는 노력에 의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요즘 고3학년생들의 기피학과가 바로 이공계통이라 한다. 지방대학의 이공대학 특히 자연대학은 없어진지 오래다.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자연대학이나 공과대학의 경우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왜 줄어들고 있을까? 그것은 우수한 과학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학부터 최소한 10년 이상이 걸리고, 이기간 동안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사 후(Post Doc.) 연구원을 해도 고작 180~200여만원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의ㆍ치학전문대학원과 로스쿨로 진학하려는 것이 오히려 당연할 것이다.

현재 중국이 인재대국과 과학국가를 건설하여 우리나라를 쫒아 곧 우위에 설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세계 100위권 대학 최고의 과학기술 인재를 1,000명 확보하여 세계 일류 100개학과를 만들기 위한 111 프로젝트와 중약의 현대화 등 과학기술정책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실용의 시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인재대국과 과학기술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필요 요건이 무엇인가 분명해졌다. 영어몰입교육이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다. 아시아에는 우리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는 국가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못산다. 과학기술 육성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은 말이 아닌 올바른 과학기술정책을 수립하고 펼치어 백년지대계의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데 있다는 것을….

장선일<전주대학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