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규 광복회 전주시지회장
장항규 광복회 전주시지회장
  • 김민수
  • 승인 2008.02.2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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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열 고귀한 뜻 기리기 기념일만 그쳐선 안돼"
“해방된 후에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문맹퇴치 운동을 벌이며 자식들에게 나라사랑의 정신을 가르쳐 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선합니다.”

제 89주년 3·1절을 맞아 광복회 전주시지회 장항규(50) 회장을 만나기 위해 전북지역독립운동추념탑 찾았다.

아침공기가 비교적 쌀쌀했지만 밀짚모자와 장화 차림으로 배수로를 정비하고 장 회장의 모습이 보였다.

이곳에서 만나 3·1절을 맞는 감회를 묻자 장 회장은 기념탑이 떠나갈듯한 목소리로 아버지인 고 장병구 옹의 얘기를 꺼냈다.

“아버지가 지난 1927년 7월 15일 일본 경찰에 붙잡혀 7년간을 옥살이를 하며 갖은 고문에 시달렸다”고 말문을 연 후 “옥살이에서 풀려난 후 결국 아버지는 불구의 몸이 되었지만 평소 조국을 살리려는 정신을 이어, 글을 보급하고 독립군을 위한 군자금 조달에도 더욱 열을 올렸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이런 아버지의 평생의 조국을 위한 모습과 ‘조국이 있어 우리가 있다’는 가르침이 새삼 떠오른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3대가 국가유공자이기도 한 장 회장은 지난해 7월 전주시 광복회 지회장으로 취임했다. 전국에 있는 광복회 회장 중 가장 젊다고 말하는 그는 “위에 형님이 다섯 분이 계시지만 ‘젊은 동생이 민족 정기를 위해 희생하라’는 형들의 말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족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저에게 넘겨 이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탑 주변에는 3·1절을 맞아 태극기를 세우고 ‘선열의 시범’이라는 현수막에 곳곳에 걸려있었다.

‘나는 조국을 광복코저 이 몸을 바쳤노라’, ‘나는 겨레를 살리고저 이 생명을 버렸노라’, ‘나는 국혼을 찾아서 세사를 잊었노라’…….

장 회장은 이 선열의 정신이 독립운동가의 정신이라고 말하며 올 삼일절의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도내 독립운동 사업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도내 독립투사의 정신을 모신 이곳이 관리원 하나 없는 한지로 내방치 되고 있다”며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기념탑 바로 옆에 어린이회관이 있어 한 해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회관을 다녀가지만 정작 이 나라의 독립에 대한 정신을 배울 기념탑에는 학생들을 찾아볼 수 없다”며 “어린 학생이나 청소년에게 애국 애족의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도 전북도가 나서, 어린이회관과 연결통로를 확보하고 학습장으로 이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순국 선열들은 우리 모두의 할아버지이자 아버지다”며 “기념일만 찾는 한시적인 행사 참여가 아닌 관계 기관과 교육기관이 힘을 합쳐 학교교육에서부터 시작해 지속적인 관심과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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