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표 쏠림을 우려한다
총선, 표 쏠림을 우려한다
  • 이병주
  • 승인 2008.02.13 13: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병주<정치부장>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18대 총선을 58일 앞둔 지난 11일 ‘통합민주당’(약칭 민주당)이라는 단일정당을 구성키로 전격 합의했다. 양당은 오는 18일 중앙선관위에 합당등록을 하는 것과 동시에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기로 했다.

양당 통합은 지난 2003년 9월20일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던 새천년민주당 내 신당파가 ‘국민참여통합신당’으로 국회에 교섭단체를 등록하면서 옛 민주당이 공식 분당된 뒤로 4년5개월만이다.

열린우리당 해체를 통해 탄생한 대통합민주신당을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비판했던 민주당이 민심을 수용, 결국 손을 맞잡은 셈이다. 양당이 대선 패배를 거울삼아 총선이전 개혁세력의 단일대오를 구축한 것이다.

이는 총선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한 명분이라지만 텃밭인 호남권 사수와 수도권에서의 의석 확보를 위한 몸부림으로 보여진다.

이미 전북에선 신당과 민주당 출신 총선주자들의 공천전쟁이 시작됐다. 도내에서 4.9총선을 겨냥한 입지자 110여 명 가운데 양당 출신만 70여 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은 “통합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여의도 입성은 따놓은 것”이라며 사활을 건 대결을 벌이고 있다. ‘특정정당 공천=당선’이라는 지역정서 때문이다.

도내에서는 지난 13대 총선에서 평민당 ‘싹쓸이 바람’이 분 이후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에 이르기까지 총선 때마다 특정정당에 대한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20여 년 동안 도내에서 일당 독재가 이뤄진 셈이다. 평상시엔 이들 정당을 비판하고, 욕설을 했던 사람들조차 투표하는 날 기표소에만 들어가면 이 정당의 후보에 표를 찍는 ‘묻지마 투표’가 한 세대 동안 계속된 것이다. 지역 내에는 여당만 존재하고 야당이 없는 상황이 벌어졌고, 정치적 인적자원도 특정정당에만 편중되는 기형적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지역현안 해결을 위한 전북도와 정치권 간의 정책협의회는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등 특정정당 위주로 이뤄져 왔고, 오는 25일부터 집권여당이 되는 한나라당과는 대화통로가 단절되는 양상이 벌어져 각종 지역현안의 추진시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총선이 앞으로 50여 일 밖에 남지 않았다. 통합민주당의 탄생으로 벌써 ‘묻지마 투표’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은 통합민주당이나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각 정당이 공천작업을 완료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도내 총선 입지자들의 정당 분포도를 감안하면 한낱 기우는 아닌 것 같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지역패권을 다퉜던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때보다 선택의 폭이 좁아진 탓이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좁아진 만큼 도민들도 이제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본다. 지금부터라도 지역 내 총선입지자들의 경력과 정책내용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이들을 분석해보자. 그래야 다가오는 총선에서 ‘묻지마 투표’가 재연되지 않을 것이다.

전북에서도 특정정당의 독주보다는 정당 간의 견제가 적절하게 이뤄질 때 민심이 제대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고, 정치인들도 유권자를 무서워하는 풍토가 조성된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