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과 어머니
설날과 어머니
  • 김경섭
  • 승인 2008.02.0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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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사회부장>
내일(7일)이면 민족 최대명절인 설날이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아 6일부터 귀성행렬이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귀성객들은 명절때 마다 교통체증이 빚어지지만 ‘고향의 정’을 느끼기 위해 열차 및 고속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길게는 10시간 넘게 자동차를 운전하며 고향집을 찾는다.

교통체증으로 힘들게 고향집을 찾으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사람은 부모님이다. 따뜻하게 반겨주는 부모님의 사랑은 교통체증으로 쌓인 피로를 확 풀어주는 청량제보다 효과가 더 크다. 평상시에도 고향을 찾는 도민들이 많게지만 설 명절을 찾는 고향은 색다른 기쁨있다. 고향은 타지에서 받아볼 수 없는 정(情)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향을 찾으면 가족뿐만 아니라 오랜만에 만나는 일가·친척, 친구 등과 밤을 새워가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 꽃을 피우면 고향의 정을 흠뻑 가슴속에 새긴다.

설날 등 명절에 가장 바쁜 사람은 어머니다. 물론 설 음식준비를 며느리 등도 바쁘지만 어머니의 손길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설만 되면 위 어머니들은 음식을 먹고 남을 만큼 준비해야 마음이 놓인다.

음식종류도 신세대 며느리와 달리 요즘 사람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 옛날 것들까지 고루고루 다 장만한다. 우리 어머니들은 시장에서 사면 번거로움이 덜하겠지만 농사를 지어 수확한 농산물로만 만든 부두와 묵, 가래떡 등 각종 떡, 식혜 등 각종 음식을 손수만들어 차례상을 차린다.

음식을 만들면서 “너무 많이 한다”는 며느리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이 가는 대로 장만한 음식은 설날 차례상을 차리고 세배 오는 손님들에게 풍성한 음식상을 베푼다.

신세대 주부들은 옛날과 달리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는 것보다 맞춤식을 고집하는 반면 어머니들은 “우리 가족들이 먹을 음식인데”라며 손수 만들기를 고집, 고부간의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다. 넉넉하게 장만한 음식 대부분은 자식들이 집을 떠날 때 싸서 보낸다. 음식뿐만 아니라 사과와 배 등 과일도 “손자들이 좋아한다”며 막무가내 싸들려 보낸다.

이같이 넉넉하게 장만한 음식을 자식들이 싫다고 해도 싸주는 걸 좋아하는 것은 어머니의 정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어머니가 젊었을 적에 가난했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아픔들이 되살아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40대 이상의 부모 대부분은 어린시절 먹을거리가 풍하지 못해 명절 전후를 해서 요즘 흔한 소고깃국과 닭고기, 조기 등 생선 사과와 배, 귤 등 과일을 맛볼 수 있었게 사실이다. 온갖 풍파 세월을 이겨온 어머니의 투박한 손으로 만든 음식은 최고급 호텔에서 만들어진 음식과는 비교할 수 없다. 어머니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지구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올 설을 맞아 170여만명에 이르는 귀성객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귀성객 대부분은 모처럼 고향을 찾아 부모님이 건강하기를 기원하며 각종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며 즐거운 설을 맞아야한다.

그러나 물질적인 선물도 중요하지만 어렵게 우리를 길러준 부모님의 정을 다시 한 번 새겨보면 더 좋을 듯싶다.

또 가난에 찌들려 자식들에게 제대로 된 설빔을 못해줘 못내 아쉬워하며 치마 폭으로 눈물을 훔쳐내던 어머니의 정을 다시 확인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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