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있어야 행사되나
단체장 있어야 행사되나
  • 소인섭
  • 승인 2008.01.0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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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섭<문화교육부>
행사가 많은 철이다. 결산이다, 시상을 한다, 새해 설계다 해서 기관·단체마다 사람들을 불러 들이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다고 행사장 분위기가 다 같진 않다. 점잔을 빼고 앉아 있는 학술대회나 세미나가 있는가 하면 온통 축제분위기인 시상식이나 새해맞이 행사도 있다. 이 가운데는 동원된 사람들이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들은 잡담을 하고 들락거리면서 ‘학습분위기’를 망치기 일쑤다. 정치판에서나 있을 법한 가관의 행태가 주민을 깔보듯 벌어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단체장이 동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해당 자치단체와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단체나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회단체를 불문하고 단체장을 모시기 위해 ‘무례’를 무릅쓴다. 행사 리플렛에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단체장 이름을 참석자나 축사자 명단에 버젓이 올려놓는 것이 그 예다. 최근 한 학술대회에서 기초단체장이 축사를 하고 담당국장이 기조발제를 하기로 인쇄돼 있었으나 축사도 없었고 발제마저 담당 과장이 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최근 도지사는 비슷한 성격의 행사가 몇 시간 간격으로 진행되자 일정을 소화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도지사나 전주시장은 연말을 맞아 하루 10건 이상의 행사 참석 요청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몸이 여럿이라도 요청한 행사에 모두 참석지 못한다는 것이 비서관들의 전언이다. 요즘같이 성수기(?)에는 부단체장과 담담국장이 대신 참석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꼭 참석해야 할 곳과 낯 내기 행사를 구분해 스케줄을 조정한다.

문제는 단체장을 팔아 행사의 품격을 높이고자 하는 얄팍한 상혼에 있다. 지원을 받아 지은 1년 농사를 자랑하기 위함일 수도 있겠으나 그것도 반드시 단체장이 참석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수혜자나 제 식구 등 꼭 필요한 사람들을 빠짐없이 초청해 박수받고 자축하는 분위기가 바람직할 것이다.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켜야 하는 특별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전주시장은 영화촬영 감사의 날 현장에 1시간 이상을 기꺼이 머무르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그렇다고 ‘귀하신 몸’을 독식하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요즘 단체장들은 현장행정을 중시한다. 그러나 일부 겉포장에 눈이 먼 부정한 계층이 현장으로 향하는 단체장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지는 않은지 살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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