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의 해, 민첩하고 지혜로운 교육의 변화를…
쥐의 해, 민첩하고 지혜로운 교육의 변화를…
  • 박규선
  • 승인 2008.01.02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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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쥐의 해이다. 쥐는 12지지 중 가장 앞서는 동물이다. 농경민족인 우리에게는 매우 부정적인 면이 많기는 하지만 쥐가 가지고 있는 특성도 많다. 우선 지혜롭다.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쥐는 생존한다. 그뿐 아니라 민첩하다. 체구는 작지만 쉽게 소멸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두 가지 특성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쥐는 우리 교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교육은 이렇듯 힘보다는 지혜로 생존을 유지하는 쥐와 유사한 것이다. 지혜는 창의적이어야 한다. 병 안에 들어 있는 참기름을 먹기 위해 병뚜껑을 입으로 따내고, 꼬리를 병 안으로 집어넣어 핥아먹는 쥐를 보고 있노라면 그 지혜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부동의 조선분야 1위 국가이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쟁력으로 세계 1위부터 5위까지를 우리 기업이 차지한다. 더구나 최근 건조된 쇄빙 유조선은 다른 나라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쾌거로 평가 받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사용되는 반도체 2개 중에 한 개가 우리나라의 것이다. 인구 100명당 인터넷사용 비율 세계 4위, 자동차 생산 세계 5위 등 기술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제 대국이다.

이런 성과는 우리가 지혜로웠기에 가능했다. 우리보다 잘 살았던 나라들이 지금도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사이에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내며,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참으로 놀랄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조선이나 반도체 등 기술집약적인 산업은 민첩한 손놀림을 요구한다. 다른 나라로 이민 간 동포들의 성공적인 정착 배경 뒤에는 세탁이나 이발 등 기술 분야나 병아리 감별과 같은 감각적인 솜씨가 한몫을 했다. 그 민첩함이 그들의 삶의 터전을 만들었듯이, 세계기능올림픽을 연패(連覇)해온 깐깐한 손맛이 결국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지혜와 민첩함의 상징인 쥐의 해를 맞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기틀을 다지는 해가 되어야 한다. 우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계 내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작년은 그 어느 해보다 지자체로부터 교육지원이 활발한 해였다. 그러나 기숙학원 문제로 시끄러웠고, 그 논쟁은 여전하다. 교육기관이 교육을 전적으로 맡아서 하고, 그게 잘 이루어지도록 지자체는 지원함으로써 풀어내야 한다.

공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 문제는 공교육이 부실해서 생긴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사교육이 너무 매력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매력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알맹이가 튼실한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 그럴 듯하기에, 또는 그냥 안 보내면 불안하기에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많이 있다. 그런 만큼 공교육의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학교의 노력 못지않게 수요자들 역시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학교교육에 믿음을 갖지 못한 학생이 사교육에서 성공한 예를 거의 찾을 수 없었다는 어느 교육학자의 말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교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도 온존하고 있는 교단 권위주의를 우선 버려야 한다. 학생들에게, 더 나아가 학부모들에게 더 이상 군림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자녀가 그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학교에 대해 할말을 못하는 분위기가 돼서는 학교가 변할 수 없다. 결국 학교 문화가 교육을 바꾸기 때문에 이 문제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우리는 희망으로 2008년 새해를 맞았다. 그만큼 기대도 크다. 또 2월이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어느 분야든 바뀌게 될 것이고, 또 바뀌어야 한다. 더구나 올해는 쥐의 해인만큼 교육이 먼저 지혜롭고 민첩하게 변화해 나갔으면 한다. 우리가 이룬 경제 대국의 꿈이 바로 교육에서 나왔듯이, 앞으로 이룰 미래의 꿈도 교육에서 힘이 나와야 한다.

우리는 부존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에 사람이 곧 힘일 수밖에 없다. 새만금의 기적으로 우리 전북이 더욱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재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교육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 갈등과 불신으로 에너지를 낭비했던 묵은 의식을 버리고, 교육에 힘을 모아나가는 희망의 2008년이 되었으면 한다.

박규선<전라북도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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