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선정, 정치논리를 떠나야
로스쿨 선정, 정치논리를 떠나야
  • 김영기
  • 승인 2007.12.28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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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쿨 유치에 신청서를 낸 대학들이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로스쿨 배정은 지역의 요구를 무시하고 수도권과 지역이 52:48비율로 정해졌다. 이것은 한마디로 노무현 참여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고자 했던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로스쿨의 지방분산은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는데 혁신도시를 건설하는 것보다 효과가 높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보이고 있는 한국상황에서 로스쿨의 지방분산은 타당성을 떠나 인구분산 효과가 클 것이다. 특히 대학의 50%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 현실에서는 말할 것이 없다.

전주와 전북대가 거점 도시와 거점 대학 기능이 약화되어 역할이 축소되고 중소도시와 군소대학으로 전락하며 구심력이 급속히 약화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대전권과 광주권으로 급속히 흡수, 편입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전북지역 전체의 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전북의 공동화를 막고 생존을 위해 지방 거점 도시 육성과 더불어 지방 거점 대학으로서의 국립대 육성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광주. 전남 위주로 투자와 발전이 이루어져 전북지역은 상대적인 소외를 겪고 있으며 인구의 대량 유출과 전북공동체의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전북의 현실에서 로스쿨 유치를 둘러싼 전북대와 원광대의 경쟁에 대해서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가능하면 정원이 축소되더라도 두 대학 모두가 로스쿨을 유치하면 상생이 가능한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국립대인 전북대의 로스쿨 유치에 힘을 집중해야 장기적으로 전북지역의 거점 대학의 지속적인 육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원광대는 사립대의 특성을 살려 한의대와 약대, 실용학과들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전북의 장기적 발전위해서는 분산보다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국립대로서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전북대의 상황을 볼 때 이것은 더욱 절실한 문제이다.

그런데 로스쿨 유치 과정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내년 총선에 익산 지역 출마가 예상되는 청와대의 모 인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원광대에 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할 청와대 인사가 노골적으로 로스쿨 선정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특히 얼마 전 공직 사퇴 시한에 맞춰 모 인사가 청와대 수석 직을 사퇴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며 시중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전북지역은 중대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타 지역과 달리 지자체와 정치권의 분열로 피해를 보아왔다. 정치권과 지자체가 합심하여 사업을 성취하는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진정 전북지역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가? 충분히 토론하고 정치인들의 입신양명이나 자치단체의 소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전북지역 내에서의 균형 잡힌 발전을 모색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중앙정부가 던져주는 떡밥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워서는 전북지역의 발전을 기대할 수도 없고 전북지역이 고르게 발전할 수 없다. 과거 내부조정 작업을 통해 무주태권도공원을 유치한 사례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김제공항문제와 고속철도, 35사단 이전, 전주·완주 통합 문제 등 사안마다 바른 대안을 내기보다 지자체간 갈등과 정치권의 분열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사업 시작 전에 그나마 없는 역량을 소진했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전북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갈등조정협의회는 대단히 의미 있는 진전이다. 전북지역의 정치권과 각 지자체는 전북발전의 대의에 입각하여 로스쿨 유치에 대한 바른 해답을 내어 놓아야 한다.

김영기<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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