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서해안 중심 군산항 현주소
⑥서해안 중심 군산항 현주소
  • 정준모
  • 승인 2007.12.19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7년 역사 경제논리에 밀려 중소항만 전락
▲ 군산항의 자동차 전용부두에 세계 각국으로 수출될 자동차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항만이 발달하고 제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많은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언제든 대형선박들이 접안할 수 있는 13미터 수심 유지와 넓은 야드, 첨단 크레인을 비롯한 장비의 우수성, 물류단지, 교통망 등 배후 인프라 구축 같은 지정학적 입지를 손꼽는다

여기에 최근 들어 친환경 항만개발이란 말이 등장하고 있다.

항만이 더 이상 화물을 처리하는 정거장만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중심 역할, 나아가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전북의 관문으로 대 중국 교역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할 군산항의 현주소는 초라하기만 하다.

지난해 말 군산항이 처리한 물동량은 1천750만톤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국내 무역항 가운데 10위에 랭크됐다.

동일 해역에 위치한 데다 세계 최대 무역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과의 지리적 여건으로 곧잘 비교 대상이 됐던 광양항은 1억7천950여만톤,평택항은 4천423여만톤을 각각 처리했다.

이중 항만물류의 꽃으로 불리는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군산항은 3만4천TEU(1TEU= 20피트 컨테이너 1개), 광양 177만TEU, 평택 26만TEU를 취급했다.

이런 자료를 놓고 볼때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현재의 군산항을 놓고 군산항을 광양항이나 평택항과 견주는 것 자체가 모순인 셈이다.

더구나 이들 항만과의 격차는 갈수록 커져 오는 2011년 일반화물의 경우 군산항은 3천652만여톤, 광양항 2억6천415만여톤, 평택항 1억65만1천톤이 될 것으로 관계기관은 분석하고 있다.

컨테이너 화물 역시 군산항은 17만8천TEU, 전남 광양항 524만TEU,경기 평택항 121만6천TEU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1899년 개항돼 107년 역사를 지닌 군산항이 불과 개항 20여년에 불과한 후발주자들에게 밀려 중소항만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산항 관계자들은 군산항이 하구항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항만배후지역 물동량 부족, 정부의 무관심 내지 홀대가 빚은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군산항은 외항선박 접안(接岸)구와 진입항로의 수심이 얕다.

금강 상·하류로부터 연간 575만㎥에 이르는 토사 유입으로 항로구역은 연간10cm, 박지구역은 34cm씩 매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항로 수심이 7∼8m(전면수심 13m)로 해마다 60억여원의 유지준설 비용을 투입,수심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대형선박들의 상시 입출항에 지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토사매몰은 군산항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는 군산항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항만 배후지역에 입주한 기업들이 영세하고 미미한 수출화물 등은 선사의 항로 개설 회피,군산항 이용 기피로 이어져 군산항 발전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외형적 분석과 달리 일각에서는 지난 1970년대부터 정부가 추진해 온 근시안적 군산항만개발계획을 지적한다.

오는 2011년 완성계획으로 진행중인 군산항 개발을 보다 미래형으로 설계하고 추진했다면 새만금사업과 연계한 고군산군도에 국제 경쟁력에 결코 손색없는 군산신항만이 건설됐을거란 주장을 피고 있다.

빈약한 전북도세나 그동안 시행돼온 국가정책 등을 감안하면 그나마 군산항이 선전했다고 자위(自慰)할 정도다.

실제 짧은 개항역사를 지닌 눈부시게 발전한 광양항과 평택항을 바라보면 이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광양항은 정부의 투포트(two port) 정책에 따라 지난 1987년부터 총사업비 7조3천200억여원이 투입돼 총 34선석 목표로 개발되고 있으며 올 현재 16선석이 완공·가동돼 연간 548만 TEU를 처리하고 있다.

또한 오는 2020년까지 남은 선석이 건설되면 연간 1천245만TEU의 컨테이너 처리능력을 갖추게 돼 세계 10위권의 컨테이너 항만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양항구의 최대 장점은 수심15~18m의 항로와 광활한 배후부지를 확보하고 있고 부두가 만으로 형성돼 방파제 없이도 정온수역을 유지하여 안전한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세계 제일의 포스코광양제철소와 대규모 여수석유화학단지, 율촌산업단지가 산업벨트로 형성되어 있는 등 산업인프라가 구축됐다. 특히 광양항을 중심으로 한 항만물류, 여수공항 등의 항공물류,정비된 도로와 철도를 통한 육상물류 연계 수송망은 광양항의 경쟁력 그 자체다.

여기에다 1시간 이내 거리에 여수·광주·사천·무안국제 공항 등이 자리하고 있고 인근에 호남과 경부·남해 고속도로를 비롯해 8개의 국도와 18개의 국가지원도가 건설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심을 경유하지 않는 고속도로에서 컨부두로 직접 연결되는 전용도로와 컨테이너 부두 인입철도가 개설된 것.

이와함께 고객인 선사와 화주의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해 선박 입항료, 접안료 및 화물입항료를 한시적으로 감연하고 컨테이너세를 폐지함으로써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제무역의 간선항로상에 위치, 환적화물 유치에도 매우 유리하다.

평택항은 아산만 내부에 자리하고 있어 태풍과 해일 등의 영향을 받지않는 천혜의 입지여건으로 대형선박들이 상시 입출항 할 수있는 수심(15∼23m)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나라 경제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울과 인천, 수원, 대전 등 대도시가 80km 이내에 위치해 있고 서해안·경부·동서 고속도로와 국도 6개노선 요충지에 자리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즉 소비중심인 수도권 및 중부권으로의 신속한 내륙운송으로 시간과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 만아니라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경제·SOC· 정보 인프라 등과의 연계가 가능하고 LNG 인수기지와 LPG 분배기지, 화력발전소, 산업단지, 종합물류단지 등 산업벨트화가 형성됐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만 놓고 따지면 군산항은 이들 항만들을 압도한다.

38만평의 자유무역지역과 1천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국가산업단지, 새만금 사업으로 조성될 1억2천만평의 대지와 신항만, 내륙 간선도로망과 직접 연결되는 서해안고속도로와 국가공단 배후 산업도로, 개통을 앞둔 군산-―장항간 철도, 사업추진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공단 인입철도 등은 희망에 찬 군산항의 청사진이다.

군산도선사협회 배권창 차장은 “우선 당장 군산항에 걸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만 수반되면 군산항은 서해안 중심항만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