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 실종
시민의식 실종
  • 김강민
  • 승인 2007.12.0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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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간 온정을 전하는 ‘사랑의 가교’ 역할을 해온 ‘사랑의 쌀 뒤주’가 일부 몰지각한 일부 시민들의 양심불량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생계가 곤란한 이웃들이면 언제든 찾아와 쌀을 퍼가라’는 의도로 시행됐던 당초 운영 계획과는 달리 밤사이 몰래 찾아와 뒤주 안에 들어있는 쌀을 모두 가져가 버리는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로 인해 시행 2년여 만에 쌀 뒤주 운영을 아예 포기한 곳이 있는가 하면 뒤주가 텅 비어있어도 일정량 이상을 채워놓지 않는 쌀 뒤주도 있어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지난 2004년 도내에서 최초로 사랑의 쌀 뒤주를 운영했던 익산시 모현동사무소의 경우 지난해부터는 쌀 뒤주 운영을 포기했다.

새마을부녀회나 지역 로터리 및 유지 등의 쌀 지원은 잇따랐지만 뒤주를 채워놓더라도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밤사이 모든 쌀을 몰래 빼가기 일쑤였으며 어떤 경우에는 지원받은 쌀이 오래돼 상한 것을 확인하지 못해 이를 퍼간 사람들이 동사무소를 찾아와 “아무리 내가 못살지만 이런 것을 먹으라고 넣어놓았느냐”며 행패를 부리는 등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에도 쌀 뒤주를 운영하고 있는 전주시 금암1동사무소와 정읍시 입안면사무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쌀 뒤주를 운영하고 있는 금암동사무소의 경우 시행 초기에는 매일 쌀 한 포대(20kg)를 뒤주에 채워놓고 어려운 이웃이면 누구나 찾아갈 수 있도록 했지만 인근 원룸에서 생활하는 대학생들은 물론 심지어 식당에서까지 몰래 찾아와 쌀을 모두 가져가 버리는 일이 빈번, 결국 하루 3∼5kg의 쌀만 뒤주에 채워놓고 있다.

“이 지역은 유난히 쪽방과 여관 등지에서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자나 법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살고 있어 사랑의 쌀 뒤주를 마련했다”고 밝힌 금암1동 관계자는 “하지만 쌀 뒤주가 무인으로 이용되다 보니 주변 식당과 원룸학생들이 비양심적으로 한꺼번에 쌀을 퍼가 실제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면서 “쌀 뒤주 운영을 포기할까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단 한 명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기에 지속적으로 운영해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강민기자 k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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