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특집) IMF, 잃어버린 10년
(IMF특집) IMF, 잃어버린 10년
  • 강성주
  • 승인 2007.11.16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신청으로 혹독한 고난을 겪게 된지 오는 21일로 만 10년이 된다. 1997년 11월 21일은 우리 국민들이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만큼 심한 고통을 안겨 주는 날이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우리 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신청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다가 갑자기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발표했다. 국민들은 당장은 실감을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민생 파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IMF의 격랑은 국민 개개인의 몸과 마음을 날카로운 가시로 찌르듯이 커다란 아픔과 상처를 안겨 주었다. 영어 한마디 모르던 어린 아이와 시골 어른들까지 ‘아이엠에프’를 정확히 발음하던 시절이었다. 이를 계기로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지금 우리 경제가 어떤 수준에 와 있는지를 짚어 본다.<편집자 주>

IMF 직전까지 1만2천 달러를 넘었던 1인당 국민소득이 1년 만에 절반 가까운 수준인 7천3백 달러로 꺾여 버렸고, 경제 전반에 걸쳐 올라가야 할 것은 내려가고, 내려가야 할 것은 올라가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실질GDP는 4.7%(1997년)에서 마이너스 6.9%(1998년)로 돌아섰다. 외환보유액도 1997년 39억 달러로 바닥을 드러냈고, 국가신용등급은 10단계까지 추락했다(S&P: AA- → B+).

반면 부도업체 수는 1만7천1백68개(1997년)에서 2만2천8백28개(1998년)로 급증했다. 실업률도 2.5%(1997년)에서 7.0%(1998년)로, 실업자 수는 46만 명(1997년 9월)에서 1백78만 명(1999년 2월)으로 늘었다.

다시 말해 IMF는 양극화, 실업과 파산, 국가채무 및 자살률 증대, 비정규직 증가 등이 한꺼번에 거센 폭풍처럼 밀려 온 것이었다.

그러나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바로 우리 경제의 탈바꿈이 시작됐다.

이 후로 노무현 현 정부까지 10년간 4대 부문 구조조정과 양극화 등 외환위기의 부작용 극복을 위한 동반성장 전략이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그 동안 우려곡절도 많았지만 우리 나라는 이미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넘어 이제는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비로소 올라가야 할 것이 올라가고 내려가야 할 것은 내려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수출은 2002년 1천6백25억 달러에서 매년 두 자리 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06년 3천억 달러를 돌파(3천2백55억 달러)했고, 1인당 국민소득은 2만14달러(2007년 예상치)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4년 동안 우리 나라 평균 경제성장률도 30개 OECD 회원국 중 9위 수준인 4.3%를 유지했다. 외환보유액도 2천5백억 달러를 넘어서 세계 5대 외환보유국이 됐다. 국가신용등급도 S&P가 A, 무디스가 A2로 각각 8단계, 5단계씩 상승했다. 실업률도 절반 수준인 3.5%(2006)로, 부도업체 수는 6분의 1 수준을 밑도는 3천4백16개(2005년)로 줄었다.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연거푸 경신하면서 2000포인트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 8월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쇼크가 세계 금융시장에 엄습했을 때에도 우리 나라 경제는 별다른 흔들림 없이 안정된 상태를 보여주었다. 오히려 국내 경제는 지난 9월 이후로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지난 8월의 각종 실물지표가 탄탄한 상승곡선을 그렸을 뿐 아니라, 4분기 산업경기 전망도 제조·비제조업 모두 호조세를 띄고 있는 것이다.

산업자원부는 금년 하반기에도 수출을 둘러싼 대외여건의 불안정성은 상존하겠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주력품목의 수출호조 등으로 수출증가 추이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한국경제의 견실한 회복세를 점찍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매달 조사하는 ‘아시아 주요국 경제지표 전망’에 따르면 BNP·파리마·골드만삭스·리만브라더스·모건스탠리·시티·UBS·메릴린치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이 지난 8월말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의 평균은 5.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 조사 당시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지난 6월 정망치 4.9%보다 0.1%포인트 상향조정해 예측한 5.0%를 2개월째 유지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지난 8월말 분석해 내놓은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을 당초 5.0% 그대로 유지했다. 국제금융시장이 한창 불안한 때이지만 한국의 실물경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무게를 두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말해 국내 경제가 숨이 길고 저변이 넓은 ‘뚝배기 체질’로 변한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방한했던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은 “경제발전에 있어 위험요인은 성장을 이룬 뒤 이를 당연시하는 것인데, 한국은 견실한 정책 유지를 통해 이를 잘 극복해 왔다”면서 한국이 위기관리 능력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평가했다.

이는 우리 국민 모두가 아픔을 딛고 땀 흘려 이루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외환위기의 여파는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어려움을 극복하며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자영업주 비중 감소(1998년 28.2% → 2007년 1/4분기 25.8%), 5백48만 명(2005년 8월)까지 늘었다가 5백45만 명(2006년 8월)까지 감소세로 돌아선 비정규직 근로자 등의 지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6·15공동선언’을 시발로 ‘9·19공동선언’, 2·13 및 10·3 합의, ‘2007남북정상선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평화를 위한 안보’ ‘안보는 경제’라는 명제를 입증했다. 냉전과 대결의 반세기를 종식하고, 평화공존의 10년이 그렇게 열린 것이다.

이처럼 지난 10년의 성과는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정치·사회 등 제반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그 동안 제도적 민주주의 확립, 정경 유착과 부패정치 근절 등 민주주의개혁은 ‘고속성장’을 이뤘다.

이를 통해 외환위기로 폭발한 우리 사회의 특권과 반칙, 유착과 불균형의 폐해가 상당 부분 근절됐다.

아울러 혁신주도형 경제, 복지예산 확충을 비롯한 사회투자, 능동적 개방 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성장제일주의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보편적 복지와 동반성장의 기틀을 일구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정책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잃어버린 과거 10년을 우리 사회는 환란 극복과 재도약의 10년으로 만들었다”면서 “국내 경제가 뚝배기 체질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 모두가 희생을 감내하면서 피와 땀을 흘려 노력해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