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호 출항 1개월...시험 운항 끝
히딩크호 출항 1개월...시험 운항 끝
  • 연합뉴스
  • 승인 2001.02.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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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축구대표팀
이 국제대회에 참가해 시험 운항을 마쳤다.

홍콩 칼스버그컵대회(1월24-27일)와 두바이 4개국축구대회(2월8-
14일)를 치르며 거둔 성적은 2승(승부차기승 포함)1무2패.
짧은 기간의 성적으로 모든 평가를 내릴 수 없지만 한국축구는
가능성과 문제점을 모두 보여 주며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점을 찾
는 계기가 됐다.
히딩크는 경기를 통해 4-4-2 포메이션이라는 기본틀을 확정하
며 과거 한국축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왔다.
히딩크호의 가장 큰 성과는 안전 위주의 한국축구를 `스피드 위
주의 공격축구''라는 세계축구 흐름에 일단 편입시킨 것.
히딩크의 지도 아래 스위퍼 시스템의 수비가 `일자(一字) 포백
시스템''으로 바뀌며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많아졌고 최
전방 공격수에 종적(縱的) 개념을 도입, 처진 스트라이커가 자리
잡았다.

외형적인 변화 뿐 아니라 내부적인 변화도 눈에 뛴다.
히딩크는 경기마다 주전과 후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포지션
에 기용했고 이는 선수들간의 주전 경쟁을 촉발시켜 역대 어느 대
표팀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던 훈련 열기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히딩크 축구가 뿌리를 내리기에는 아직까지 많은 문제점
이 산적해 있다.
한국은 1개월간의 5경기에서 모두 8골을 넣고 8골을 잃었다.
특히 8실점이라는 기록은 한국의 수비 문제점을 그대로 반영하
고 있다.
히딩크의 첫 경기인 칼스버그컵 노르웨이전에서 노르웨이는 8
차례의 효과적인 센터링으로 3득점하며 한국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또한 두번째 경기 상대였던 파라과이도 3차례의 정확한 센터링
으로 1득점하는 능률적인 공격을 펼쳤다.
이는 상대적으로 한국 수비의 허점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홍명보를 제외한 포백라인 심재원과 김태영은 상대의 측면 1대
1 돌파에 속수무책이었고 수비수의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문전에
서 번번이 상대 공격수를 놓치며 실점했다.
또한 수비수들이 쉽게 차단할 수 있는 상대의 패스에도 실수를
연발,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 수비진의 개인기 향상
과 조직력 보완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히딩크 축구의 핵심인 `더블 보란티(포르투갈어로 자동차의 운
전대)'' 이영표와 박지성의 활약도 기대에 못미쳤다.
공수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은 중앙 미드필더 이영표와 박지성
은 상대가 압박해 들어오면 패스할 곳을 찾지 못했고 이는 최전방
공격수 김도훈과 유상철의 공격력을 약화시켰다.
또한 미드필드에서 상대 공격을 적극 차단하지 못해 공격수가
편안하게 문전이나 측면으로 패스하도록 방치했다.
노르웨이전과 두바이 대회 덴마크전에서도 미드필드에서 한번
에 문전으로 연결되는 센터링으로 상대에 쉽게 골을 내준 것도 이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 16강에 오르기 위해 유럽팀중 한 팀은 반드시 꺾어
야 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유럽팀에 2패를 당한 것도 거슬린다.
한국은 스피드와 힘을 앞세워 중앙과 측면을 돌파하는 유럽선수
들에게 매번 고전, 유럽의 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그러나 시험단계인 한국축구가 벌써부터 스스로 `유럽 징크
스''를 만들어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신문선 해설가는 "0-2로 완패한 덴마크전을 두고 한국이 유럽
에 유독 약하다는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기에서 한국은 내용면에서 6대4의 우세한 경기를 펼
쳤고 수비 위주의 덴마크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해 졌을 뿐"이
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한국선수들이 새로운 전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집중
력을 키워 초반에 쉽게 실점하는 실수를 다시 하지 않는다면 유럽
팀과도 얼마든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 놓
은 셈이다.
이제 한국축구는 3월부터 프로축구시즌이 시작되고 4월부터 다
시 유럽전지훈련에 돌입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히딩크는 기존 대표팀의 약
점을 보완할 선수를 찾아 경기장을 누빌 것이고 이에 따른 멤버 변
화도 예상된다.
5월 30일 개막되는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
에서 한국축구가 어떤 변화를 보여줄 지 축구팬들의 기대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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