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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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중<정치부장>
  • 승인 2001.03.2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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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남의 입질에 오르지 않도록 행동에 유의하라는 말이 있다. 입질에 오르면 그 사람에 대한 평이 나오기 마련이고 세평이란 좋은 평과 나쁜 평으로 갈라지게 돼 어느 정도 진실을 포함한 험담과 모함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논란이 가열될 경우 찬성쪽은 자신들의 주장에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것저것을 붙여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어가고, 반대쪽 또한 마찬가지로 세를 모아 양쪽의 이야기가 팽팽히 맞서 합일점을 찾기가 어렵게되기 때문이다.
또한 찬˙반이 있으면 반드시 중간이 있기 마련으로 양비론도 등장, 어떠한 사안에 대한 평가가 명확하지 않게 돼 진실을 감춰버리게 된다.

인물에 대한 평가는 아니지만 최근 세간의 논란중에 이러한 행태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전북지역 현안사업 가운데 하나가 새만금사업이다. 찬성과 반대가 외견상으로는 팽팽하게 맞서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만금사업은 지난 96년 하반기 시화호 수질문제가 사회문제화되면서 환경단체가 새만금간척개발사업의 환경파괴 문제를 제기한 이후 3년여 동안 논쟁을 벌이고 있다.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쪽은 주로 환경단체들로 이들이 주축이 돼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찬성쪽은 사업시행 부처인 농림부와 전라북도가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현재의 논란 행태는 세간의 이같은 세평을 넘어서 여론재판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환경문제가 부각된 당시 양쪽의 주장은 어느 정도 논리적 근거와 합리성을 가지고 문제가 제기돼 지난 1999년 환경단체와 전라북도의 제의, 정부의 합의 아래 새만금사업 환경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민관공동조사단이 출범, 14개월동안의 조사활동을 벌였다. 특히 조사단은 구성에서부터 공정성 확보를 위해 환경단체 추천위원과 정부 추천위원 전문위원수이 동수를 이뤄 전문가 20명으로 조사가 진행됐다.

당시 새만금의 해법은 민관공동조사활동을 통해 새만금사업에 대한 논란이 합리적인 이성과 판단, 전문가의 진단과 민.관의 양보아래 합일점을 찾아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2000년 4월 민관공동조사 결과를 환경단체가 뒤집어 조사결과를 부정하고 사업의 타당성 재검토와 백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면서 오늘날의 새만금 논란은 찬성쪽과 반대쪽이 한치의 양보도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달으면서 새만금사업의 진실이 감춰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정책결정권자들까지 나서 논란에 가세하면서 국민들은 '새만금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중단해야 좋은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단체들은 새만금사업은 반환경적이며 반강제적이라면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새만금사업을 바라고 있는 도민들은 일부 정부부처와 환경단체들이 타당성과 논리보다는 부처 이기주의와 편견을 앞세우고 있다는 비난이다.
찬성쪽과 반대쪽이 국내외 전문가와 환경단체, 지역 사회단체, 정부부처 및 언론, 심지어는 어린이들까지 동원해 전략과 대응책을 마련, 상대방을 헐뜯고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일반 국민들은 새만금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증이나 판단, 즉 '새만금사업이 환경문제를 개선할 수 있고 사업의 타당성이 있는 지'에 대한 진실을 알지 못하고 사업의 강행이냐 중단이냐라는 일방적인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양상이다.
이처럼 새만금사업이 변질된 것은 현재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검증된 민관공동조사보고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나 환경단체들이 자신들의 주장에 어긋나는 결론이 도출됐다하더라도 당초의 합의정신을 존중하고 14개월동안의 전문가 집단의 조사결과를 존중해야 새만금의 해법이 도출될 것이며, 현재 민관공동조사보고서가 새만금의 진실이며 이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 본다. 모두가 대립과 갈등의 관계를 벗어나 새만금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려는 상생의 길을 모색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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