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정신 준수는 세계화의 길
준법정신 준수는 세계화의 길
  • 홍성하(우석대 교수, 철학박사)
  • 승인 2001.04.30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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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 우리는 위대한 인물들의 삶과 사상을 접하곤 한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을 수 있는 사상가가 소크라테스이다. 그의 철학과 삶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휴머니즘과 계몽주의의 기초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는 "아네네 은이를 타락시키고 신을 부인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되어 사형을 받게 된다. 이러한 죽음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정의를 실현시키고 양심에 따라 죽음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받아들인 것으로, 소크라테스야말로 인류의 참스승이고 지성인의 표본이라는 견해도 있다. 반면에 망명을 하거나 재판관에게 가족을 핑계로 사정을 하면 독배를 마시는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소크라테스의 행위는 가족에 대한 무책임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외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될 사항이 소크라테스의 법에 대한 의식, 즉 준법정신이다. `악법 도 법'이라고 하면서 죽음을 피하지 않은 그의 행동을 통해 법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흔히 법은 사회의 구성원, 즉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약속한 것을 의미하며, 이를 지키려는 개인의 의식을 준법정신이라고 한다. 여기서 법이라는 공적 약속과 정신이라는 개인의 의식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법이 아무리 좋아도 이를 지키려는 의식이 없다면 그 법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개인의 의식이 아무리 도덕적으로 옳은 것을 추구하고자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해 줄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의식은 공허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법과 정신이 개념적으로 서로 구분되지만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 비로소 이 둘의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는 것이고,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세계화, 또는 국제화 바람이 거세게 불어, 과거 같으면 소도시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외국인들을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내국인들이 해외로 나가기 위해 공항이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보도를 통해 명실상부하게 한국이 세계 속의 한국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과거 서울에 편중되었던 국제적인 행사들이 타지역에서도 많이 개최되고 있어 이제는 전국이 국제화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지역에서도 최근 2002년 한일 월드컵, 전주국제영화제, 세계소리축제 등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작은 국제 행사들이 개최되고 있다. 이런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할 때 행사내용 뿐만 아니라, 그 행사를 주관하는 시민들의 국제적인 수준의 의식 또한 중요하다. 이런 의식 중 하나가 준법정신인데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 법대로 처리하고 원칙을 따져 행동하게되면 손해를 본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편법주의가 활개를 치고 있지는 않는가?

필자가 독일에서 유학할 때 독일인들의 준법정신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한 예로 차량통행이나 보행자가 거의 없는 한적한 도로지만 빨간 신호일 때 신호가 바뀔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보행자나 차량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교통법규수준은 신호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신호에 관계없이 질주하는 차들이나 무단횡단하는 사례들, 이런 곳에서 운전은 모험이라고 하는 외국인의 말이 떠오른다. 이런 현상은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려고 하지 않는 개인의 의식부재로부터 나온 것이다.
법을 지키려는 의식은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자각을 통해 가능하다. 법이 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제정되었다고 한다면, 이를 우리 모두가 서로 보호하고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이 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방관하지 않고 서로 감시와 충고를 아끼지 않을 때 법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다시 독일과 예를 들면 자전거길이 아닌 보행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갈 때, 노인들이 지팡이로 자전거를 치면서 내려 끌고 가라고 혼내는 모습이나 전차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 안에서 소란을 피우는 아이들을 자기 자식이 아니지만 가차없이 혼내는 모습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처럼 준법정신은 먼저 법이 제대로 제정되어야겠지만 이를 지키려는 개인이나 공동체 의식이 법의 제정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런 준법정신이 확산되어야 법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결국 인정받게 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되고 국제적 수준을 갖춘 세계 속의 한국, 세계 속의 전북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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