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과 개그맨 사이에는'
'최고위원과 개그맨 사이에는'
  • 강웅철 의회부장
  • 승인 2001.05.01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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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6 재 보선의 선거전 열기가 최절정에 이르던 지난달 21일 임실
읍 천주교회앞에서 민주당 정당연설회가 열렸다.

충남 논산에서의 계란 세례 파문때문인지 경찰의 삼엄한 경비속에
개최된 정당연설회에는 1천여명의 군중이 운집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정당연설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만도 자그마치 8명. 중앙당 최
고위원 5명이 포함된 호화 유세 군단은 민주당 공천자 지원을 위한
막판 세몰이를 펼쳐 마치 당 지도부가 임실로 옮겨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민주당의 승리가 시간 문제로 보였다.

같은 시간 임실시장에서는 무소속 이철규후보의 개인연설회가 열렸
다. 청중이라야 1백여명에 불과했고 지원 유세자도 개그맨 한명이고
작 이어서 분위가 자체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민주당 정당연설회에서 최고위원들은 고성능 마이크에다 대고 민
주당후보 당선= DJ정권 지지 라는 영원한 선생님론을 목놓아 부르짖
으며 몰표를 호소했고 새만금 지속 추진까지 약속했다. 그 시간 무
소속 후보 지원에 나선 한 개그맨은 정당연설회장을 향해 민주당에
대한 조롱과 독설을 퍼붓고 있었다.

군산에서도 개그맨을 동원한 무소속 후보의 연설회가 열린 후 민주
당은 최고위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정당연설회를 갖고
막판 세몰이를 시도됐다.

정당연설회 분위기로만 놓고 봐서는 무소속 후보들의 계란으로 바
위치기 식 도전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민주당 참패- 무소속 돌풍으로 나타나고야 말
았다. 민주당으로서는 오랜 텃밭에서 이보다 더 처절한 패배를 당
할 순 없었다.

바로 그 최고위원과 개그맨 사이에는 민심이 엄존하고 있었던 것이
었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옛말이 있다. 나라를 이끄는 것은 그 어떤 권력
자도 아닌 민중의 마음임을 의미한다.
여론이 장작불이면 민심은 화산속 용암이라 할 수 있다. 위정자가
민심의 흐름을 거역한다면 그 용암은 폭발하기 마련이다.
한번 이반된 민심은 최고위원들이 몰고 온 황색바람도 여지없이 희
석시키고 새만금사업 지속 추진 약속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오히려 정부의 실정((失政)을 조롱하며 성토하는 개그맨의 연설에
민심은 더 쏠려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개그맨이 후보와의 계약 관
계임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이미 정부 여당의 실정에 민심은 돌아 앉은 돌부처가 돼 있었고 도
민들은 민주당이 새만금사업을 비롯한 지역 현안사업 추진에 소극적
으로 대응한데 대해 표로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민주당은 올들어 강한 여당의 기치를 내건 후 최근에는 3당 연합으
로 다수당의 면모를 갖추었으나 국정 운영 성과는 국민들을 크게 실
망시켰다.
의약분업 의보재정 파탄 경기 후퇴 대우차 사태 현대건설 지원 등
각종 정책들이 수렁에 빠져 민심 이탈을 자초했다. 여기에 새만금사
업 신공항 건설 등 전북의 대규모 현안사업들이 터덕이면서 역(逆)
차별에 다른 도민들의 불만도 증폭돼 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일시적 민심 이
반이다 새만금 사업이 주 패인이었다 며 정치적 의미를 애써 축소
하려 하고 있다니 참으로 한심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맹자(孟子)는 천하를 얻는 방법은 민심을 얻는 것이라 말했다. 따
라서 민심은 위정자의 정치 행태에 따라 얼마든지 방향을 달리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심기일전을 해야 한
다. 또 그동안 압도적 지지를 보낸 준 전북 도민들의 은혜에 보답하
기 위해서라도 환골탈태하는 하는 보습을 보여줘야 한다.
최고위원과 개그맨 사이에 존재하는 그 민심의 교훈과 경고를 깨닫
지 못할 때 등돌린 도민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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