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동계올림픽 10년 꿈 무너졌다
<해설>동계올림픽 10년 꿈 무너졌다
  • 박기홍기자
  • 승인 2002.01.09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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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이 철저하게 농락 당했다.”

 10년 공들인 전북의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꿈이 정치적 꼼수

에 휘말려 일순간 물거품으로 전락했다. 정치적 타협에 의해 작년

11월 중순 ‘전북·강원 공동유치’라는 최악의 결론이 나온 데 이

어 주 개최지마저 여건이 뒤지는 강원에 낙점, 전북이 두 번 농락

당했다는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국제경쟁 포기한 것 = 지역민들은 “주 개최지를 강원도에

‘강탈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아예 전북이 동계올림픽을 반

납해야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있다. 전북도의 동계올림픽 유치 독주에 강원도가 뒤늦게 뛰어 들

더니, 빙상과 설상경기를 독식하겠다는 생떼를 부리는 등 조직적

반발을 앞세워 급기야 주 개최지를 빼앗아 갔다는 비난이다.

 특히 강원도의 주 개최지 결정은 빙상 경기가 열리는 곳이 ‘호스

트 시티’로 결정되어온 역대 동계올림픽 대회의 묵계를 깨뜨린 것

이며, 국제 경쟁력을 사실상 포기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강원도내

가리왕산 중봉리조트 건설이 이미 환경부의 반려 처분을 받는 등 법

적·환경적 문제가 확연히 드러났는데도 주 개최지를 강원으로 결정

한 것은 동계올림픽 이념과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독일 뮌헨 등 13개 외국 도시들은 이미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

고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이들과 겨루기 위해서는 국제적 기준

에 맞고 역대 동계올림픽에 근거한 주 개최지로 전북이 마땅히 선정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과거 동계올림픽 주 개최지는 빙상

경기가 열린 도시였다.

전북의 경우 관람석 5만석의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갖고 있고, 주변

인구(전북 200만명, 대전 130만명, 대구 250만명, 광주 130만명)

만 700만명을 웃도는 등 최고의 개·폐회식을 치를 유일한 대안이

었다. 특히 무주·전주는 지난 97년 동계U대회 개최로 국제적 인지

도마저 높은 상태여서, 2002년 8월께 4∼5개로 압축 될 경쟁에서

‘전주-주 개최지 확정’만이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었다.

 ▲KOC 공정성 잣대 문제있다=KOC위원들이 또다시 최악의 오판

을 하고 말았다.

 이날 위원 81명 가운데 67명이 참석 43명이 강원도에 두손을 들

어주는 순간 일부 KOC위원들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전북도가 기존 시설과 교통, 관중동원 능력, 숙박, 노하우, 국

제적인 인지도 등 종합적인 여건을 감안할때 주개최지로 최적의 조

건을 갖췄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를 완전히 외면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16일 공동선정 당시 종합적인 여건 등 양도

의 장점을 고려해 주개최지와 종목배분 등 후속절차를 이행키로 밝

혔음에도 일부 KOC위원들은 끝내 지키지 못했다.

 또 강원도가 대규모 관중을 수용할수 있는 마땅한 주개최지 장소

를 제시하지 못했으나 경쟁력이 없는 강원도를 낙점해 석연찮은 구

석이 많다는 것.

 이를두고 항간에서는 강원도의 집중적인 로비에 위원들이 놀아났

다는 지적마저 제기하고 있다.  사실 강원도는 지난 2000년 10

월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 들면서 10년전부터 해외홍보 등 준비를

착실히 해온 전북도를 맹추격하기 위해 위원들을 대상으로 집중적

인 로비를 했다는 설까지 나돌았었다.

 그같은 배경의 하나가 지난해 11월16일 총회에서 투표를 하지 않

고 공동선정으로 결정나자 강원도가 강력 반발하며 최근까지 투표

를 고집했고 결국 소원을 풀었다.

 이와함께 KOC는 전북도의 직권조정 요구를 일부만 들어주고 정

작 가장 중요한 주개최지는 강원도가 끈질기게 요구한 무기명 비밀

투표를 선택했다.

 도민들은 순수해야할 스포츠 대제전에 실무를 떠맡고 있는 KOC

가 공정성을 잃었다며 이번기회에 전면적인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비난 여론을 분출하고 있다.

 ▲전북도 전략 부재=사실상 올림픽 들러리로 전락한 전북의 처참

한 참패는 정치적 꼼수와 함께 전략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도는 공동선정 이전까지만해도 단독개최를 낙관하며 느긋한 입장

을 취했으나 공동개최로 결정되고 또다시 빈껍데기만 가져오는 실패

를 낳았다.

 이같은 배경에는 지나치게 해외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정작 1차관

문인 국내경쟁에는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강원도의 조직적인 반발에도 강력대처 하지 못하는 등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행정력 부재를 노출했다. 일각에서는 중대

한 전북현안을 놓고 구멍 뚫린 ‘도정의 위기관리 능력’을 한 눈

에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유지사의 정치력만 믿고 자만하다 강원도에 뒷덜미를 잡히

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며 책임론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공동선정 이후 절반의 승리라고 자평했던 유지사는 주개최지 유

치 실패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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