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교수의 수학이야기
김인수 교수의 수학이야기
  • 김인수 교수(전북대 자연과학대?
  • 승인 2003.06.30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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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에도 연습과 노력이 필요

  영국의 유명한 시인 바이런(G.G.Byron, 1788-1824)은 ‘하루 밤

자고 나니 유명해졌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하지만 바이런은

그를 하루아침에 유명하게 만든 그 시 한편을 짓기 위하여 남모르

는 많은 노력을 했었다. 시인 뿐 아니라 운동선수나 예술가 등, 세

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들은 피나는 노력 끝에 명예를 얻게되는 것

은 평범한 진리이다.

  연습과 노력 없이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 졌다는 말은 동화에

도 전설에도 없는 헛소리이다. 물론 수학도 예외는 아니다. 공부하

지 않고 머리가 좋으니 실력이 붙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욱이 무턱

대고 공부한다고 수학실력이 붙는 일은 없다. 책상 위에 수학 책을

펴놓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인내심의 훈련은 될지 몰라도 실력향

상과는 무관하다. 어떤 학생은 겉보기에는 별로 공부를 하지 않아

도 수학성적이 좋은 학생이 있다. 분명히 그런 학생은 효과적으로

공부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반면에 어떤 학생은 매일 5시간씩 수학

공부를 하지만 실력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탄식을 한다.

그런 학생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놀랍게도 무작정 막고 품는 식의 공

부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부하는 일이 실력을 키우는 필요

조건은 될지 몰라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분명히 공부를 하는 것이

공부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공부하는 노력에 비

하여 실력이 붙지 않는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장기나 바둑판을

심각하게 쳐다보는 것만으로 좋은 수가 나오지 않고 실력이 생기지

않듯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수학실력이 결코 향상되지 못

한다.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이 있지만, 그러나 효과적인 방법

은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스스로 머리를 써서 터득하는 일이다. 역사

상 최대의 수학자 유클리드를 가정교사로 모신 프틀레마이오스 왕가

의 왕자조차도 결국은 스스로 터득해야 했고, 그 유명한 ‘기하학에

는 왕도가 없다’라는 말뜻은 아무도 남의 뇌 속까지는 간섭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외 선생님들이 문제를 척척 풀

어 가는 방법을 듣고 있노라면 저절로 실력이 붙는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든다. 그러나 학생은 스스로 터득하지 못하면 결국은 공든 탑

이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옛말에 ‘목동은 말과 소를 물

가에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 고 한다.

마찬가지로 공부하는 방법이나 효과적인 수학공부의 방법은 어디까

지나 스스로 본인이 터득해야 할 몫이다. 스스로 머리를 쓰며 그러

한 방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학에 재미가 붙

고 쉽고 재미있는 것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외 수업은 결

국 남에게 크게 의존하는 것이므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터득하는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자동차 운전기술을 익히는 것은 수학을 배우는 것과는 다르다.

또 학교에서 배우는 학과일지라도 수학과 영어 학습법은 다르다. 음

악과 체육같이 몸으로 움직이는 것은 실지 행동으로 익혀야 한다.

이런 과목들은 아무리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알고 있을 지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는 안 되는 학과이다. 유아시절의 배움의 대부분은 몸

의 움직임, 모방과 암기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습에 추리적인 것

은 아주 간단한 것만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에 수학이란 학문은 추

리력과 이해 그리고 기억력이 동원되지 않으면 공부하기 어려운 학

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대부분은 오로지 기억력에 매

달려 이른바 막고 품는 식으로 풀이과정에서 답까지 다 외어 버리려

고 작심한다. 여기에서 수학공부의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수학을 정복하는데 핵심도구인 추리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충분한 이해를 통해서 나온다. 정확한 논리의 사고는 모든 학문의

기본이지만 특히 수학에서는 생명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수학자들

은 수학을 단지 문제를 푸는 기술로서보다도 가장 잘 다듬어진 고도

의 사고를 훨씬 값진 것으로 치부한다. 이런 고도의 사고기능은 주

의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평소에 대강대강 일을 처리하는 습관은 시

험을 보면서도 정신 집중은 커녕 그와는 상관없는 일, 가령 이 문제

를 풀지 못하면 큰일이다, 하며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시간이 끝남

을 알리는 벨소리를 듣게된다. 그러나 차분하게 논리적인 사고를 집

중하다보면 뜻하지 않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 예를 들면,

내일 바다에 던져질 운명을 슬퍼한 심청이 다음과 같은 신세타령을

하였다. ‘닭아 닭아 울지 마라 내가 울면 날이 샌다.

날이 새면 내가 죽는다.’ 수학에서는 흔히 이런 추리를 한다. ‘1

은 3보다 작다. 3은 5보다 작다. 따라서 1은 5보다 작다’이 골격

을 우리는 3단 논법이라 부른다. 죽음을 앞둔 심청의 넋두리에도 3

단 논법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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