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교수의 수학이야기
김인수 교수의 수학이야기
  • 김인수교수(전북대 자연과학대학
  • 승인 2003.08.25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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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기 수치, 수학적으로 가능할까?

 21세기정보기술은 놀랄 만한 진보를 이룩했다. 작금의 정보화기술

은 인공 지능의 실현을 목표로 하여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

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기계적인 논리판단이나 사무처리 수치계

산 등에 대해서는 컴퓨터가 가장 유망하며, 한정된 종류의 작업에

관한 한, 인간에 비해 수천 배나 속도가 빠르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

다. 이와 같은 인간의 두뇌작용을 하는 기계를 자동인간 또는 로봇

이라 하며, 기본적인 논리조작의 유한회수의 반복으로 실행 가능한

동작을 연구하는 이론이 여러 가지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컴퓨터의 동작은 2 진법 논리라고 불리는 단순한

‘예, 아니오’ 논리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생각에 있

어서의 정보 처리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따라서 상식과 융통성

있는 판단에 기초한 평가는 컴퓨터에 의해서 성취되기에는 어렵다

고 생각된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퍼지(Fuzzy)이론으로 이 이론은 많은

종류의 전자 제품에도 응용되는 수학이론으로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의 수학과에서 교과목에서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퍼지

란 말의 뜻은 ‘애매하다. 모호하다’ 라는 뜻이며 진실의 정도를

다루는 이론으로서, 전통적인 컴퓨터가 다루는 참이냐 거짓이냐 하

는 이분법적인 사고, 즉, 모든 컴퓨터의 기본구조인 바이너리(0 또

는 1)의 불린(Boolean) 이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학문이다. 그래

서 퍼지이론에서는 0과 1을 가지고 만든 2진법의 불린 이론을 포함

하며 불린 이론은 퍼지이론의 특별한 경우로 취급된다.

 퍼지이론의 아이디어는 이란출신의 미국의 수학자인 버클리 대학

의 자데(Lotfi A. Zadeh) 교수에 의해 1960년대에 처음 소개되었

다. 그의 연구는 우리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컴퓨터가 이해하는 문제

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는데, 0과1 만을 가지고는 풍부한 어휘를 제

대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자데 교수의 말

로는 옆집 여인이 자기 부인보다 예쁜 것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방법

이 없을까 하는 조금은 엉뚱한 계기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의 연구는 인간의 자연스런 표현을 컴퓨터 화하는 것이어서 즉

‘예쁘지 않다’와 ‘예쁘다’를 0과 1로 표현할 때, 조금, 적당

히, 많이...예쁘다 등으로 표현할 때 0.2정도, 0.5정도, 0.8정도라

고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의 0.2, 0.5 등을 멤버십 등급

(membership grade) 라고 하며, 이것은 0과 1의 절대적인 표현과는

구분되는 것이어서 소프트 컴퓨팅 (soft computing) 이라고도 한

다.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언어는 0 또는 1의 절대적인 형태

로 표현되기가 쉽지 않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이분법 형태로 나

타내질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것은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이겠

지만,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컴퓨터에 넣고 싶어하는 많은 데이터들

은 0 또는 1 이 아닌 그 중간에 있으며, 심지어는 계산의 결과조차

그러할 때가 많다. 그래서 퍼지 이론은 참 또는 거짓 또는 그 일의

상태 등의 극단적인 경우로서 0 과 1을 포함하지만, 그 중간에 있

는 여러 가지 상태의 참도 역시 포함한다.

따라서 퍼지 이론은 어떤 의미에서는 애매 모호함의 학문이며, 그

결과에는 어느 정도의 에러를 포함하게 된다. 여기서 근사 추론이라

는 말이 나오게 되었으며, 허용할 수 있는 정도의 에러의 한계를 규

정하기 위해 알파 컷의 개념을 사용한다. 퍼지 논리는 인간의 사고

과정과 흡사하며, 철학적 요소가 많아서 불교이론과 같이 극단을 배

제하는 해탈의 논리일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동양적 사고방식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퍼지 이론은 우리의 두뇌가 일하는 방법과 좀더 가까운 것처럼 보

인다. 우리는 데이터를 모으고, 부분적인 진실의 집단을 이루며,

더 나아가서 고차원의 진실들을 차례로 모아 나가다가, 어떤 경계

를 넘었을 때, 운동신경의 반응과 같은 결과를 일으킨다. 이와 비슷

한 과정이 인공지능 컴퓨터나 신경망 및 전문가 시스템에서 사용된

다.

 그래서 퍼지 이론은 각 낱말의 의미에 포함되어 있는 불확실성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이론으로서 부각되어 왔으며, 퍼지 이론의 하나

의 응용 분야로서 퍼지인공지능은 앞으로 인간과 컴퓨터 사이의 친

밀한 관계를 이룩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어

진다. 그런 의미에서 퍼지이론은 환자를 간호하고 가정을 돌보는 로

봇과 같이 인간에게 친숙하고 음성 인식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성하

며, 생산 관리, 의료 진단, 재정과 보안, 일반적인 의사 결정 등에

서 인간을 도와 주는 인공 지능의 도구를 개발하는 데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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