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643>빨리 극락에 보내려면
가루지기 <643>빨리 극락에 보내려면
  • <최정주 글>
  • 승인 2003.12.11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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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쇠의 전성시대 <23>

강쇠 놈이 실실 웃다가 밥을 우적우적 씹어 삼키다가 오두마니 앉아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바라보는 주모에게 눈길도 주면서 밥 한 그릇과 닭 반 마리를 다 먹고 났을 때였다. 주모가 밥상을 웃목으로 죽 밀고는 강쇠 놈 앞에 얼굴을 맞대고 다가 앉았다.

“왜 이러시요? 아짐씨 말대로 저녁내내 떡얼 쳤드니, 인자넌 기운도 없소.”

강쇠 놈이 엉덩이짓으로 반발 남짓 물러났다. 그만큼 당겨앉은 주모가 말했다.

“못 허겄다고라? 허면 내가 옹녀헌테 다 고해바칠 것인디요.”

그 말에 강쇠 놈의 비윗장이 틀어져 버렸다.

“그럴라면 그래보씨요. 하나도 안 무섭소. 옹녀가 제 서방이 천하의 잡놈인 것언 진작부텀 알고있응깨로, 그 년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요.”

“그요? 흐기사 옹녀도 본깨 천하의 잡년이든디, 안팎에서 잘 허는 짓이요. 내가 말얼 잘못했는갑소. 기분이 언짢으면 풀고 나 한번만 보듬아 주씨요.”

“싫소.”

강쇠 놈이 돌아앉았다.

“글지 말고 내 소원 한번만 들어주씨요. 내가 아지씨겉은 퉁건 몽둥이로 실컷 얻어맞아보는 것이 원이었소. 죽은 사람 원도 들어준다는디, 그것이 멋이라고 산 사람 원얼 못 들어준다요?”

주모가 강쇠 놈의 사타구니를 더듬으며 사정했다. 거시기 놈은 이미 고개를 쳐들고 아짐씨 반갑소, 하며 인사를 챙기고 있었다.

거시기 놈을 꽉 붙잡은 주모가 어깨를 흠칫 흠칫 떨며 눈물이 그렁거리는 눈으로 강쇠 놈을 올려다 보았다.

“흐참, 근다고 눈물꺼정 흘리고 그요이. 사람 맴 약해지그로. 까짓것 한번 헙시다. 내가 조선비네 하인들헌테 몽둥이로 복날 개맞듯이 맞았을 때 아짐씨가 베풀어 준 정언 안직도 안 잊고 있소. 대낮이고 헌깨 얼릉 해치워뿌립시다.”

“알았소. 고맙소. 참으로 고맙소. 오늘에사 원풀이럴 허능갑소.”

주모가 강쇠 놈의 머리통을 끌어 안고 뒤로 슬며시 넘어졌다. 강쇠 놈이 망설일 것도 없이 주모의 가슴을 열고 입술부터 들이댔다.

계집을 빨리 극락에 보내려면 그 방법이 제일 수월했다. 손으로 엉뚱한 곳만 쿡쿡 찔러보아야 타오르는 모닥불에 물뿌리는 꼴이 되기 십상이었다. 가슴은 아랫녁과 더불어 계집들의 화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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